할머니 어디 있어요? - 2020 책날개 선정도서, 2020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0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바람그림책 79
안은영 지음 / 천개의바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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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 있어요?

_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

글.그림 안은영

천개의 바람

 

"엄마 어딨어?"

새벽과 아침의 경계 어느즈음, 막내가 저를 찾는 목소리입니다.

잠결에도 엄마가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기척이 없으면 벌떡 일어나 온 집안의 불을 켜고 막내는 엄마를 찾습니다.

그림책 첫 장의 까만 바탕에서 만난 문장 한 줄, "할머니, 어디있어요?"가 제 귀에는 막내의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급하고 곧 대답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그 목소리로요.

하지만, 곧

이 책의 목소리는 대답을 기다리긴 하지만 아련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는게 느껴졌지요.

금방 답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불쑥 '나 여기있다!'고 답해줄 할머니의 흔적을 더듬는 목소리말이에요.

 
 

아이의 할머니 찾기는

할머니가 평소에 하시던 말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죽으면 별이 되고 싶다고 한 할머니, 기차타고 북쪽 고향에 가고 싶다던 할머니.

할머니가 읽어주시던 동화책, 할머니의 요술 반짇고리도 살펴보지만 그 어느곳도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어디에 계신걸까요?

아이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걸까요?

 
 

할머니를 여의고, 보고 싶은 할머니를 떠올리며

정제되어 있지만 따스한 기억들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장면장면을 보며

이 아이는 참 행복한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말 벗이 되어주었던 아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할머니의 유품을 가지고 있는 아이...

그런 할머니가 있었던 아이였기에

깜깜한 밤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안의 물건들 속에서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시간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이 책에서도 느껴집니다.

밤이 지나고 해가 밝아오자

또 다른 풍경에서 할머니를 찾게 되네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또렷하게 기억되는 존재가 된다면 그 삶은 의미있었다 할 수 있겠지요.

나도 손주에게 이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손주까지 갈 것없이 자녀들에게 이런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

이 이야기는 작가님의 어머니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라고 해요.

투병생활을 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수놓듯 스텐실 기법을 사용해 만드신 책.

그래서, 더 따스한 정감이 느껴지는 책.

이제껏 만나왔던 안은영작가의 [노래하는 병], [지렁이 굴로 들어가 볼래?] 등의 그림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할머니와의 추억, 먼저 보낸 사랑하는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할머니, 어디있어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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