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여의고, 보고 싶은 할머니를 떠올리며
정제되어 있지만 따스한 기억들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장면장면을
보며
이 아이는 참 행복한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말 벗이 되어주었던 아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할머니의 유품을 가지고 있는 아이...
그런 할머니가 있었던 아이였기에
깜깜한 밤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안의 물건들 속에서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시간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이 책에서도
느껴집니다.
밤이 지나고 해가 밝아오자
또 다른 풍경에서 할머니를 찾게 되네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또렷하게 기억되는
존재가 된다면 그 삶은 의미있었다 할 수 있겠지요.
나도 손주에게 이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손주까지 갈 것없이 자녀들에게 이런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
이 이야기는 작가님의 어머니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라고
해요.
투병생활을 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수놓듯 스텐실 기법을 사용해 만드신
책.
그래서, 더 따스한 정감이 느껴지는 책.
이제껏 만나왔던 안은영작가의 [노래하는 병], [지렁이 굴로 들어가
볼래?] 등의 그림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할머니와의 추억, 먼저 보낸 사랑하는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할머니, 어디있어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