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독립만세 - 걸음마다 꽃이다
김명자 지음 / 소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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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 할머니 독립만세
걸음마다 꽃이다

김명자 지음
소동

 
누구라도 좋다. 한번쯤 독립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친구와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도서관에서 노닥거리는 것.
그러나 독립에는 조그마한 희생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땐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 말을 떠올려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1인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요.
홀로살기. 혼밥. 독립을 권하는 이 분, 그리고 실제로 독립을 하신 이 분은 76세의 할머니이셔요.
왜? 자식이 없나? 부양할 가족이 없어서?
아니랍니다.
아들내외와 오랫동안 함께 살다가, 생의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버킷리스트 1번, 홀로 서기를 실행에 옮기신 것이죠.
'독립'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무게감이 실려서 진중하게 다가왔는데, 그런 느낌과 함께 책을 읽다보니
이것이 나에게 주는 하나의 상(賞)이될 수 있겠다,
노년이라 아무것도 시작할 수없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가능한 것이 무궁무진한
하나의 인격체로 다시 보게되더라구요.

"사랑과 감사와 용기와 열정으로 마지막을 활기차게 채워나가게 해주세요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채워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다스려 멋지게 황혼을 꾸며보겠습니다."
(p.190)

자서전이라고 할까요, 회고록이라고 할까요.
이 책에는 할머니의 평생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일찍 어머니를 떠나보낸 할머니의 유년시절,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해 겪어야했던 어려움,
결혼과 질병, 지금생각해보면 미숙했던 아내의 모습, 며느리에게 정을주지 않았던 시어머니,
옥신각신 그렇게도 투닥거렸지만 지병으로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
46세에 그렇게 남편을 여의고 자녀셋을 기르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으로 길러냈지만
자신이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그 따스한 품을 느낀시간이 짧기에 자신의 딸들에게 살갑게 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 나이가 많은 오빠 둘.
이미 오빠들은 세상을 이별하고 이제와 생각하니 새어머니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 넷을 기르시느라 힘드셨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친 어머니가 그리운것은 여전한...

여기에는 대략의 사실만 이렇게 옮겨놓았을 뿐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참 드라마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쩜 하나같이 쉽게 여길만한 시간들이 하나도 없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쨘하기도 하고, 엄마이야기에 눈물도 찔끔찔금 훔쳐내면서
마지막, 할머니의 편지와 버킷리스트까지 읽어내렸습니다.

인생이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매일 '오늘도 이렇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생은 채워가는 것이라고, 시간을 다스려 멋지게 황혼을 꾸며보겠다는 할머니의 기도에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언젠가 평온한 날이 오겠지가 아니라, 오늘이 채워지고 내일이 채워져 시간을 다스리게 되는 날을 보게되는 것.
소망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이뤄가면서 할머니 자신에게도, 할머니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이 전해지는 삶을 산다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도 그 버킷리스트의 일환으로 들어있던 것이었지요.
할머니 이름 석자가 새겨진 책.
보통은 꿈만꾸다 백일몽처럼 사라지곤하는데, 그것을 실제로 느리더라도 한걸음씩 실행에 옮긴 모습이 멋져보였습니다.
그리고 떠올랐죠. 도서관에서 본 멋진 할머니들의 모습. - 할머니라기보다 연세가 많으신 동료였지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커피 바리스타등의 자격증을 공부하시고, 시니어 북클럽 동아리에서 활동하시고, 자서전 쓰기등의 글쓰기를 준비하시는 모습.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자서전의 글은 소설과는 또다른 용기가 필요한 글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자신의 아픈이야기, 어두운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선뜻 드러내기 어려워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한땀한땀 수놓듯
천천히, 그러면서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게 풀어놓으며
여전히 배우고 익히며 나누고 감사하는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시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어요.
더불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할까도 보게 되는 시간이였지요.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 앙드레 지드가 말했네요.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길 그려보며
어떤 모습의 할머니가 될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세워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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