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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 ㅣ 책가방 속 그림책
남성훈 지음 / 계수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계수나무] 골목을
걷다
남성훈 글,그림
계수나무

아직도 기억 속에는
생생한데
주변에서 사라진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나 어릴적 살던 동네, 여름이면 동네
간이파출소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 할머니들 모여서 자연스레 어울렸던 곳
아카시 나무 꽃 향내가 멋스러웠던
100계단, 종알종알 재잘거리며 어울려 다녔던 아이들...
지금은 그 높고 낮았던 나무와 구불구불한 골목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습니다.
그 때의 할머니들도 한분 한분 떠나시고, 별이 익숙했던 밤하늘은 아파트 불빛이 대신하고
있구요.
어릴 적 그 골목을 떠올리게 하는,
지금도
남아있는 골목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그림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골목을 걷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발걸음을 따라
동네 골목의 풍경과 더불어 골목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었지요.
아. 저 책상, 그리고
의자.
우리 세대에겐 익숙한 것인데
아이들에게는 전시장에나 가서야 만나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수업이 끝난 시간,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학교를 나섭니다.
맞아요. 저 문방구!
(사실,
요즘 학교앞에서 만나는 문방구도 저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거 같아요^^ 우리 동네만
그런걸까요?^^)
주렁주렁 매달린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들을 지나
아이들은 저마다 집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하며 공터에서 만나기도 하구요.
(아...요즘 학교 앞은 학원 차의 노란행렬로
붐비는데...그때만해도 그런 풍경은
드물었지요..)
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진 사방치기(일명
땅따먹기)위에서
한발로 앙감질을 하는것도 예사였고,
그런 아이를 보고 걱정스레
이야기하는 친구할머니 - 성훈이 할머니라고 이미 알고 있었나봐요 - 이야기를 듣는것도
익숙한
일상이었습니다.
사루비아다!
빨간 사루비아 꽃꿀
먹어보셨나요?
저 초등학교때 학교에 심겨진 꽃을 따다가 꽃꿀먹기도 했는데.
얼마 전
수목원에 갔다가, 화단에 가득 피어있는 사루비아보고, 아이들도 꽃꿀 맛보게 했답니다.
(맛있었는지, 계속 먹으려해서
그만하게 하느라 진땀났었지요^^;;)
집으로 가는 길은 왜이리 먼걸까요?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수십번은 더 지나는것 같아요.
하지만 전혀 심심하지는
않아요.
골목마다 놀거리, 볼거리가 계속계속 나오니까요.
늘 지나다니던 골목이라도 계절에따라 풍경이
달라집니다.
꽃이 만개해 향기 날리는 계절이 있고,
노란 은행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골목이 노랗게 변하기도 하고
까만 연탄을 세워둔 옆에 볕잘드는 담벼락을 따라 고추며 콩이며 무를 잘게자른 거며
햇볕을 고루받아 꼬들꼬들해진 곡식들을
만나기도
했으니까요.
"학교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지붕에는 어느새 눈이 소복히 쌓여있네요!
학교에서 집으로 왔으니 이제
끝?
아니지요! 눈이 왔는데 집에만 있을 수 있나요?
약속이나 한 듯 다시 골목으로
나온 아이들! 엄마가 밥먹으라고 부르기 전까지 골목은 다시 아이들 차지가
됩니다.
부러웠어요.
골목에만
나가면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좁은 골목을 다니더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사계절을 누리면서 다닐 수 있던 그림책 속
시간이 말이죠.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찾으러 오만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갔었는데
운동장 모래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를 보았지요. 놀고 싶은데, 같이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학원차를 타고
가버리고
못내 아쉬워 혼자 모래놀이 하고 있던거였어요.
온 동네가 놀이터가 되고,
길마다 이야기가 있고, 동네 공터에서 만나 놀아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그 때 그
골목.
좁아서 차가 지나다니지 못하던 경사지고 가파른 골목이
평지가 되고 폭이 넓어진
대로가 된 것도 좋지만
모든 골목이 그렇게 바뀌지는 않았으면 싶은 마음.
어딘가에는
여전히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 까 궁금해지는 골목길을 걷고 싶은 마음.
그래서일까요. 그림책을 들고 동네 골목길을
찾아 걸어보았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골목을 걸으며 어떤 기억을 가지게 될까요?
일상의 평범함을 소중함으로 만나게 하는 그림책
시간과
추억으로 버무린 따뜻한 골목이야기
[골목을 걷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