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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넘어진 날 ㅣ 햇살어린이 57
배순아 지음 / 현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현북스] 꽈당,
넘어진 날
배순아 글,그림
현북스
운동회를 떠올리게하는 만국기 아래
공중에 뜬 배턴을 애써 외면하는
넘어진 아이의 얼굴,
[꽈당, 넘어진 날]이란 제목과 그림을 보곤
초등학생의 일상, 그 중에서도 운동회때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치우와 재우형제.
이 형제의 시계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더
천천히 갑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형제, 아빠도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식모살이를 하던 엄마는 치우
고모의 중매로 치우 아빠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되지요.
그러나 장애를 가진 치우를 낳고 한살터울의 재우마저 같은장애를 지니게되니
엄마의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지요.
섬에서 살던 치우네 가족은 뭍으로 나와 정착을 하게됩니다.
상점을 열어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해 나가지만 그마저도 손님이 끊어지고
팍팍한 삶에 지친 엄마는
돈을 벌러 홀로 집을
나갑니다.
다른 식구들을 두고서 말이죠..
그렇게 남겨진 치우와 재우의 이야기,
치우가 몸이 더 불편한 재우와 같은 학년에
다니면서
둘의 초등학교 3학년에 일어난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책에 담겨있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치우. 그런 형이
자랑스런 재우.
모자란 이 형제를 가까운 사촌형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누가뭐래도 이들에게는 든든한 아빠가
있습니다.
모자란 것때문에 오해 받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도 해끼치지 않는 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보게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눈에
밟혀 돌아온 치우엄마를 아무 거리낌없이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에서도 느낄수 있지요.
아이들은 오히려 어색해할 때도
말이죠.
병아리를 키워 닭으로 기르고ㅡ할머니가 복날에 만들어 주신 삼계탕이 그 병아리라는 것을 알고 미안해하는 것,
가만히 걷지 못하고 복도도 뛰어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치우도, 선생님의 물을 떠드리기 위해서 '물컵신사'가 되어 조심조심 걷게된
이야기도
여러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지적장애를 가진 남다른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조금 느린 아이지만 개구진 초등학생
친구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이 책이 아이또래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있어서 그런지, 아이도 치우이야기를 꼭꼭씹어서
읽고있더라구요.
아이도 어른도
자신이 경험하고 이해하는 범위에서 세상을 바라보게됩니다.
'평범하다'는 우리가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드문것 같아요.
책으로 치우네 가족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은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다른 이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야을 넓혀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치우같은 친구를
만나면 치우네반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같이 치우 입장에서 그에 맞는 관심과 지도를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같은반 친구로서 신발을
숨겨두는 장난은 하지말아야지 생각하게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이런 동화는 안읽을것 같지요?
그런데, 자기 또래 친구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그런지 선뜻 손에 들고 읽더라구요.
지식을 쌓는 화려한 책도 좋지만, 깊이 있게 성장하는데는 이런책도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책읽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엄마가 한번 더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