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들의 집 보림 창작 그림책
김한울 지음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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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안녕, 우리들의 집

김한울 그림책
보림

 
 

개나리와 목련, 봄꽃들이 피어있는 2층주택.
앞 표지만 보고는 문이 열려있는 예쁜 집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뒷 표지와 함께 펼쳐서 보고 나서야 이 집이 사람이 떠난 집이구나 싶었지요.
한 켠에 떨어져 나간 대문 한짝, 깨진 창문과 떨어져 나간 담벼락의 돌.
계절만이 흉흉한 이 집에 숨결을 불어넣어 집의 온도를 높여주고 있었던 거였어요. 

 
 

재건축.
이 단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현수막으로 '재건축'에 대한 찬성과 반대, 시행처에 관한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거든요.
오래된 동네일수록, 집은 낙후되고 그런 지역들은 재건축의 바람을 맞곤 하지요.
인구가 고령화 되는 것도 그 원인인것 같아요. 오랫동안 낡은 집에서 머물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생을 마치시니
그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되곤 합니다. 마을버스조차 다니지 못하는 좁은 언덕길
작가님은 그런 집들이 모여있는 한 동네를 주목하셨네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내셨어요.

 
 

사람들이 떠나면 집은 금새 나이가 들어갑니다.
온기가 느껴지던 집은 이제 그냥 흉물일 뿐입니다.
- 여기까지는 사람들의 생각이지요. 저의 생각이기도 했구요.
이런 빈집은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맞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그 집은 빈집이 아니었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개의 마지막 보금자리 였으며, 그 집에 심겨진 말없는 꽃과 나무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꽃피우고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는 곳이었지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가는 하얀 개 한마리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여지지 않네요.
길들여지고 사랑받던 존재였는데, 자신과 관계맺었던 이들이 자신을 두고 갔다는 것을 알 법도 한데
끝없이 기다리는 개의 모습이, 주변에 산만하게 떨어진 낙엽들과 이제는 하얀개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털색깔이
외로이 쪽방에 머무시는 어떤 나이드신 분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거기까지 였다면, 이야기는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로 을씨년스럽게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른 집들이 다 부숴지고 무너뜨려진 이 마을, 덩그렇게 남겨진 한 채의 집에
너구리들이 찾아옵니다.
고깔모자를 쓰고 찾아온 이들은 남겨진 것, 버려진 것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챙기네요.
그리고 다른 동물들을 모아 이 집을 정성스레 꾸밉니다.
다른 동물들과 함께요.

문득,
브레멘 음악대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쫓겨난 동물들이 브레멘으로 향하다 도둑들이 머물던 집에 도둑들을 쫓아내고 행복하게 살게되는 이야기.
이 한채 남은 집이
사람들이 떠난 이 마을에 남겨진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까요? 

 
 

마지막 면지입니다.
재건축 부지임을 보여주는 철제담장 안으로 민들레가 홀씨가 되어 날아가네요.
햇살이 드는 곳에서 늘어지게 자던 고양이들과 수많은 꽃나무들, 그 나무위에 깃들던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책을 감싸고 있던 겉표지 안쪽면에는 이 마을의 봄날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던 시절, 집마다 숨결이 느껴지던 그 때의 모습...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니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새집도 좋고, 새 아파트도 좋은데
왜 이렇게 아린 마음이 들까요.
그 때 살던 이웃집 친구와, 동네 할머니들과, 여름이면 함께 평상에 나와 바닥에는 돗자리깔고 별보던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있을까요.

작가님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나의 어린시절 우리동네와 오버랩되면서
이제는 옛 동네에 다시 찾아가도 기억속의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이 그림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그래서 제목이 '안녕, 나의 집'이 아니라 '안녕, 우리들의 집'인 것일까요.
이 '우리'라는 것에 독자로서 더 의미를 부여하고싶어요.
사람만이 아닌 나무와 동물들도 함께 살았던 '우리들'의 집.
동시에,
작가의 경험 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들'의 집.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스마트기계처럼 구식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이때에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우리가 떠나온 그곳에 남겨진 이들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
[안녕, 우리들의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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