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 별숲 가족 동화 8
박경태 지음, 오승민 그림 / 별숲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숲]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

박경태 창작동화, 오승민 그림
별숲


 

수인선 복선전철 2019년 하반기로 개통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수원에서 인천까지의 복선전철 연결구간 공사가 진행중이란 이야기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중단되어있는 수인선이 처음 개통된건 1937년이라는것 알고계셨나요?
수원역과 남인천역까지 운행되던 협궤철도.
1937년이면 일제 강점기...이 철도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책에  등장하는 '꼬마열차'는 보통열차보다 작고 짧은 모습의 당시 수인성 협궤열차로,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는 꼬마열차에 얽힌 민족수난사를 판타지로 다룬 책이었습니다.

 
 

매일 무엇에 이끌리듯 자신도 모르게 철길의 흔적이 있는 들판을 걷는 할아버지.
언제부터인지 할아버지는 열한두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들판에 나타나 말없이 앉아 있다 가는 아이를 봅니다.
혼자서 놀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염없이 울다 가기도 하고...
아이가 보일 때마다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던 어느 날  서로 인사를 하게됩니다.
박영감님과 아이..서로가 같은 마을에 산다면서 본적이 없는, 게다가 집의 방향도 같은데...
꼬마열차를 타고 소래장에간 엄마를 기다린다는 아이..거짓말을 하는건 아닐텐데
흔적만 남은  철길위로 어떻게 기차가 다닌다는 말인지...

 
 


"우리 누나,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겠죠? 그치요?
꼬마열차를 타고 꼭 다시 집에 돌아올 거예요."
"그래, 그럴 거야!"
할아버지의 기분은 묘했다.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데 마치 자신이 위로를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할아버지는 꼬마열차가 다니던 그 때의 일,
철로가 놓여지고 해산물과 농산물을 싣고 장으로 가는 장사꾼들의 모습도 떠올리게 되었지요.
하지만, 잊고싶은 기억들도 다시 보게됩니다.
은방울꽃 향기가 나는 십대 소녀들이 군으로 끌려가던  것, 그렇게 누나를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것,
석탄과 쌀을 인천으로 실어 나르던 것, 귀신섬이라 불리는 섬으로 아버지가 끌려간 것, 그렇게 아버지와 누나를 기다리던...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죠?"
"당연한 걸 묻는구나."
"그러니까 기억해야 해요.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래야 남은 가족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도 평생 보고 겪고 느끼셨잖아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
그건 사람들이 자꾸 잊어 버리기 때문일 거예요.
아직 바로잡지도 못했잖아요. 그런데 벌써 잊어버리자고요?
아직 사과도 못 받았잖아요.
그런데 용서하자고요?"
(p.85)

 
 


가만히 기다릴 수 없어 만주로,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으러 가지는 못했지만
기억만은 꼭 붙잡고 있으리.
기억하라고. 잊지 말라고. 반드시 살아서 알려 달려고.
하지만 관심과 의지가 없는 기억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라고.(p94)

일본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에서의 조선 징용자들의 비참함...

"저는 평생 일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죽을 때까지 적대시하며 살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노무라 씨를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용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요.
노무라 씨처럼 진정으로 사과를 한다면요."
(p.110~111)


이 이야기는
자신의 가족을 뿔뿔히 흩어지게 했던 암담한 시절을 지낸 할아버지 자신의 이야기였음을 암시하며 마무리가 됩니다.
아이로 돌아간 할아버지가 기다리던 꼬마기차를 타고 가족과 만나 하늘로 날아가는 것으로 말이죠.

지독한 슬픔은 그것을 겪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그 기억을 잠재우려하던지, 마치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
그 상처로부터 보호받을 거라고 생각되곤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지요.
특히나 동시대를 살아온 한 민족의 역사에 생채기가 난 역사적 사건을 그냥 지난 일이라 여기며 묻어두었던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어려움을 당했던 '꽃할머니'들이 점점 고령이 되어가시고, 세상을 이별하신 소식을 듣곤합니다.
우리 윗동네에도 사셨다는데, 지금도 생존해계시는지는 모르겠네요...
군함도 지역도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게 세계문화유산에 지정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도 들리고 말이죠.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역사를 대할 때 관심과 의지없는 일련의 사건으로만 대한다면
역사는 되풀이될지도 모릅니다.

왜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토록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지,
일본에 대해 실리적인 외교관계를 추구하면서도 깊은 앙금은 풀리지 않는지
할아버지가 된 그 때의 소년의 가족의 모습을 수인선 꼬마열차를 통해 판타지 형식으로 들려준 이야기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