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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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 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달그림

 
 

한 장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림과 글.
할 수만 있으면
작게 나온 판본이나 엽서로
일년내내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로 만들고 싶은 책,
그렇게
가을로 부터 일 년의 시간을 담은
작가의 연남동 홍제천 산책 풀 기록.
[연남천 풀다발]을 만났습니다.
(실제 지명은 홍제천이지만, 동네이름을 따서 연남천이라 이름지으셨다네요.)

 

책 제본도 특이합니다.
이런 제본을 누드제본이라고 한데요. 왜 이런 제본을 했는지는 책장을 넘기면 자연스레 알게됩니다.

 
 

바로, 풀 그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네요!
보통의 제본으로는 그림이 한면 가득 이어져 있을 때 제본때문에 접혀서 끊어져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책 펼침이 자연스러워 그림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어요.

보통의 계절을 담은 그림책은 봄부터 시작하거나 아니면 겨울부터 시작되는거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가을'부터 시작합니다.
글에서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하고 시작되네요.
작가님이 풀들을 마음에 담기 시작한 것이 가을인지, 아니면 풀이 열매맺는 시기가 가을이라 그리 말씀하신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책을 펼치는 지금이 가을이라,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씨앗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땅,
버려진 화분,
아스팔트 틈새에서
몸을 웅크리고 다음 해를 기다린다.

그 곁에 구부려 앉아 보내는 응원.
툭, 힘을 내.


바로 나팔꽃을 보며 담은 그림과 시입니다.

 
 

책을 보다말고 화단에 꽃이 핀 나팔꽃과, 한 켠에는 벌써 씨앗을 맺은 나팔꽃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작년,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인데 그 나팔꽃이 무성하게 자라더니 온 사방으로 씨앗을 터뜨렸습니다.
툭, 정말 그렇게 소리를 내는 듯 했지요.
그러더니 올 해,
화단을 덮은 나팔꽃.
긴 무더위와 장마로 다른 식물들은 다 마르거나 사그러들었는데
무더위를 지나자 다시 어느틈엔가 싹을 내더니 이렇게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생명력.
기다림.
그리고, 싹을 틔워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틈이든 망설이지 않는 용기.
그리고 또 다른 씨앗을 품기까지.
책 속 그림과 이야기에 같이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보태는 즐거움,
이 한장 안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어 있는 걸까요.

 
 

떨어진 단풍 사이로
노오란 꽃이 피었는데

모두가 질 때 피는 꽃이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모두에게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정말 그래요.
비슷한 시기에 피는 꽃들은 저마다 제 색을 드러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어요.
계절이 바뀌면 보이는 꽃색깔도 달라지구요.
가을에 피기를 준비하는 꽃보고 봄에 꽃피지 않는다 야단할 필요가 없지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꽃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왜 그리 조급한지.

 
 

좋은 땅, 일궈진 구별된 땅에서 예쁜 꽃을 보는 것도 반가워요.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길가, 아스팔트 길 한 쪽에서 핀 꽃을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들지요.
심기워진 곳에서 꽃을 피우는데...
그렇지. 그렇지...
투정 부리지 말고 지내야지.
꽃을 보고, 글을 보고 마음에 새겨봅니다.

이렇게 주옥같은 그림과 글이
가을, 겨울, 봄, 여름, 다시 가을로 이어집니다.

어느덧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언제나 똑같은 계절은 없다.

반복되는 일에도
매번 최선을 다한다.

자연에서 배운다는 것이 이런것일까요.
어느 것도, 우리의 시선이 안닿는 그 어떤 것이라 할 지라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

다시, 표지그림.
강아지풀, 좀작살나무, 기생여뀌, 까마중 등
잡초라 여기며 길가의 풀이라 여겼던 풀다발이 화려한 여느 꽃다발보다 아름답게 보이네요.
일상에서 쉽게 만나지만 보지 못했던 풀들을 통해 전하는 의미의 재발견
[연남천 풀다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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