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그리고 48시간 낮은산 키큰나무 17
유은실 지음 / 낮은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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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산]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장편소설
낮은산

 

책 속에서 자신의 상황, 혹은 가까이서 지켜봤던 풍경들을 만나면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랬고, 이 책도 그러했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그레이브스병. 책에 나온 여자아이는 중학교1학년때 이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8세.
약으로 더이상 낫지않자, 자기안에 찾아온 '그레이브씨'를 떠나보내기로 합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서 말이지요. 

유방암에 이은 여성암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갑상선암.
책에 나오는 아이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갑상선암은 아니지만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약을 먹고, 방사선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2미터 그리고 48시간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나서 다른사람과 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거리,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상선에 이상이 있으면 어떤 치료를 받는지 가까운 이들의 모습에서 보았기에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도 자신이 직접 겪은 상황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쓴 것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방사성 요오드를 먹고 가까이 접근해서는 안되기에 제가 아는 지인은 스스로 격리시켜 있었거든요.
일정 기간이 지나며 아무일 아닌듯 그렇게 웃으며 다시 보았으니까요. 매일매일 약을 먹으면서도 말이죠.
그러나, 청소년 시기의 주인공에게 의연한 척 웃고있는 환자 역할을 하라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이 병이 잘 참고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있는 이들에게 더 잘 생긴다는 것이 틀린말만은 아닌듯 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이혼, 두 아이를 키우며 야간 업무를 하는 엄마를 둔 주인공 착한 딸 이정음에게
이 병은, 병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치되지 못하더라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친구란 어떤것인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는 성장의 여정과 맞물려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거리를 자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시간을, 나는 이토록 타인과 가깝게 보냈던 것이다 (p.81)

13평의 집에 동생과 엄마와 함께 지내는 지금 상황에서
방사성요오드를 먹고 48시간동안 다른사람과의 거리를 2미터 이상 떨어진 채로 유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음은 할머니댁으로 '가출'을 결심하지요. 마침,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중이셔서 할머니댁이 비었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피폭'의 위험을 주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들을 보내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타인과 가까이 있었던가를 다시 보게됩니다.
버스를 탈 때에도 지하철등 교통수단은 물론 병원에서, 길을 걸을때, 공원 정자에 앉을 때에도
어느 순간에서나 타인은 곁에 있었던 것이지요.
외롭다고, 사람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우리 눈과 마음이 닫혀있어서 그리 보인것은 아닌지.
자신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찾아와 주고 옆에 서있어 주었던 이가 친한 친구로 여긴 이들이 아닌
그냥 옆 짝꿍으로 여긴 인애였다는 것, 곁에있는 이를 새롭게 발견한 순간이었지요.

아픔을 성숙해지는 방편이나 새로운 길을 여는 디딤돌이니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은 아픈이들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한 이들의 말인듯합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함께 비를 맞는 것이 친구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엄마와 내색하지 않고 곁에 있어주고 음식을 챙겨준 친구 인애
방사성 피폭 상관없으니 와서 안아달라는 아픈 할머니...
안아팠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몰랐을 여정을 걸으며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가진 것이겠지요.
작가가 소개해 준 [아픈 몸을 살다] 에 나오는 이야기 '삶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아서 프랭크의 문장을 여기에도 옮겨보며
이 책이 아픈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곁에 갑상선 이상을 가진 이를 둔 이들에게는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되는,
모두에게는 그 모습 그대로의 삶이 귀함을 생각하는 글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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