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 숲속에는 붉은 털을 가진 아름다운 여우가 살고
있었어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자신의 털을 다듬기도 하고,
열심히 꽃밭을
가꾸기도 했어요.
여우와 여우주변의 몇몇 꽃들만 채색된 그림 보이시나요?
아마, 여우
눈에 보인 세상을 이렇게 표현하신 듯해요.
수많은 꽃들과 나무와 풀들이 살고 있는 숲속에 살고 있는, 더더욱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기에 그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우가 주목하고 있는건 자신이 가꾸는 꽃밭,
그리고 자신뿐이었던거죠.
"이 숲에 나만큼 아름다운 여우는 없을
거야."
여우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으며
혼잣말하는 것이,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자신의 미모를 보며 하는 말같이 느껴졌어요.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우리도 같은 실수를 범하곤 하죠.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되지요.
붉은 털 여우에게도 흰 털이 하나씩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털갈이 하는 것인가 하고 여겼죠.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보호색같은거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여우의 몸에 흰 털이 하나씩 더 도드라지게
보일 수록 여우는
털을 뽑아도보고, 붉은 열매로 염색도 해보고, 꽃이랑 나뭇잎으로 가려도
봅니다.
마치 제가 제 흰머리카락을 감추듯말이에요.
자신이 가꾸던 꽃밭도 돌보지
않고 결국 여우는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경쟁상대가 있었던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그
경쟁상대를 없애는 것으로 답을 얻으려했다면,
붉은 털 여우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잃고는 도피해버린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