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우
고혜진 지음 / 달그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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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 행복한 여우
 
고혜진
달그림

 
 
 

얼마 전 부터, 거울 속에서 흰머리를 하나씩 보게됩니다.
처음에는 새치거니 하고 뽑았는데, 이젠 새치라기엔 검은 색 머리카락과 같이 길고있는 머리카락들이 제법 보입니다.
벌써! 라는 생각에, 염색으로 가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도루묵이 되었어요.

갑자기 왜 흰머리 이야기를 하냐구요?
[행복한 여우]그림책을 보면서 나이들어가는 제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림책은 아이들이 많이 보는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어느 에세이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 다시금 보게 된 책
2015년 한국 안데르센 은상을 수상하고, 이번에 나오게 된 책
보여드릴게요.

 
 

따스한 봄날, 숲속에는 붉은 털을 가진 아름다운 여우가 살고 있었어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자신의 털을 다듬기도 하고,
열심히 꽃밭을 가꾸기도 했어요.
여우와 여우주변의 몇몇 꽃들만 채색된 그림 보이시나요?
아마, 여우 눈에 보인 세상을 이렇게 표현하신 듯해요.
수많은 꽃들과 나무와 풀들이 살고 있는 숲속에 살고 있는, 더더욱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기에 그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우가 주목하고 있는건 자신이 가꾸는 꽃밭, 그리고 자신뿐이었던거죠.

"이 숲에 나만큼 아름다운 여우는 없을 거야."

여우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으며 혼잣말하는 것이,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자신의 미모를 보며 하는 말같이 느껴졌어요.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우리도 같은 실수를 범하곤 하죠.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되지요.
붉은 털 여우에게도 흰 털이 하나씩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털갈이 하는 것인가 하고 여겼죠.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보호색같은거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여우의 몸에 흰 털이 하나씩 더 도드라지게 보일 수록 여우는
털을 뽑아도보고, 붉은 열매로 염색도 해보고, 꽃이랑 나뭇잎으로 가려도 봅니다.
마치 제가 제 흰머리카락을 감추듯말이에요. 
 자신이 가꾸던 꽃밭도 돌보지 않고 결국 여우는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경쟁상대가 있었던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그 경쟁상대를 없애는 것으로 답을 얻으려했다면,
붉은 털 여우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잃고는 도피해버린 것이지요.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된 어느 날
동굴에 들어온 흰 나비를 따라 밖으로 나온 여우는
자신을 보고 '눈부시도록 하얀 여우'라고 속삭이는 새의 목소리를 듣게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을 다시 보게되지요.
보이시나요?
이제 여우는 이전의 자신과 자신이 돌보던 어떤 것만 보던 여우가 아닙니다.
여우 주변의 모든 것이 반짝반짝 제 빛을 내고 있어요.
여우가 가꾼 꽃밭은 숲속친구들의 쉼터가 되었어요.
이전의 여우는 자신의 모습만 보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꽃밭을 가꾸며 주변을 돌아보는,
자신의 외모가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나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여우가 되었어요.
그리고 작가는 말하지요.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숲속에 행복한 여우가 살고 있어요. ' 라구요.

.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 그림책을 본다면 저랑은  또 다르게 느낄것 같아요.
외모가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자! 고 할 지도 모르겠어요.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네요.)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책이지만
머리가 희끗해지고 어느덧 나도 나이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
아름답고 행복하게 늙음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과 이 책을 함께 보고 싶어요.
이 책을 매개로 해서 어떤 삶의 이야기가 흘러 나올까 기대도 되구요.

'아름다운'여우였다가 '행복한'여우가 된 여우가 들려준 이야기
[행복한 여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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