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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알 ㅣ 소원라이트나우 2
한영미 지음 / 소원나무 / 2018년 7월
평점 :
[소원나무] 달콤한
알
소원라이트나우 02
대입을 향한 입시생들의 은밀한 거래
한영미
장편소설
소원나무

소원 라이트 나우(light now) - 바로
지금(now), 용기내어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의 가려진 문제를 양지(light)로 이끌어 내는
청소년 문학시리즈 -
2번째 책 [ 달콤한 알]을 만났습니다.
어떤 책인지 펼쳐만 보자고 한것이, 자리에 앉아 책에 몰입하게 한
책이네요.
'탁란'
뻐꾸기가 뱁새의 둥지에다 알을 낳고,
뻐꾸기의 새끼가 뱁새의 새끼들을 다 쫓아내는...
꺽지 알 위에 알을 낳고 가는 감돌고기.
꺽지 치어보다 수적으로 많고, 시기적으로도 먼저 부화하는 감돌고기 치어...
책을 관통하며 흐르는
이미지입니다.
이 책에는 두개의 상황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성실하고 능력있는 아빠라 여겼는데, 어느 날 드러난 아빠의 외도.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 우림이 있는 가정에 자신의 자리를 만드려는, 아니 엄마 자리를 대신하려는 낯선여자를 맞닥들인
상황.
마치, 뻐꾸기가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는 뱁새로 알을 품게하고 결국 뱁새 새끼는 다 죽게만드는
탁란의 상황 하나.
또 하나는, 착실하게 미술공부를 하고 공모전이나 실기대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무난히 미대에 진학할 수 있는 차우림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면 적잖은 돈을 주겠다는
이현아의 제안.
아빠의 외도이야기에 재정적인
독립을 생각한 우림에게 어쩜 이리 달콤한 유혹이 적시에 찾아왔는지.
'그 사람' (아빠)의 탁란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이 상황에서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것은 합리화하는 아이러니.
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뱁새였다는 것을 처절히
느끼지요.
이현아의 아이디어라는 알을 그림이라는 새로 부화하기까지 자신이 품었더니 - 그림을 그린 것이 여기에
해당하겠지요 -
당사자들만 알거라 여겼던 그 일이 세상에 드러나고
그것으로 끝이라
여겼는데,
그 해 입시 부정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현아는 해외유학으로 도피
- 마치, 상황을 피해 먼저 달아나는 뻐꾸기처럼 -
차우림은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뱁새신세가
됩니다.
변명하고 싶고, 탁란이 아니었다고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지만
차우림의 상황은 '그사람'과 상대 여성이 벌인 탁란 사건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로
남습니다.
아빠의 불륜은 상대여성의 거짓임신과 아빠와 엄마의 화해,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대화로
해결되었고
전적으로 아빠에게 의존하던 엄마에게 새로운 자립에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면,
우림이의 자립에 대한 계산으로 받아들인 대작사건은
청소년시절에는 더욱
더 크게 느껴지는 일년의 시간... 대학진학의 꿈을 지연시켰고
자기 그림을 다른 이의 생각을 옮겨주어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는 것을 괜찮다고, 나는 내가 원하는 돈을 받았으니 그러면 된다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했고,
자신을 질투하는 친구의 고발, 자신에게 제안했던 친구의 차가운 외면까지 마주하게
했습니다.
만약에,
우림이 가정의 첫번째 탁란 사건이
없었다면, 우림이는 현아가 제안한 '달콤한 알'을 자신이 품겠다고 생각했을까요?
현아와 우림이가 맺은 이 거래가,
우림이의 실력을 부러워하고 현아의 공모전 입상을 이상하게 여긴 한가희의 공개게시글이 없었다면
이 후에 이들은 어떤
삶을 이어갔을까요? 미대생으로 입학한 뒤에도 이런 관계가 계속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밝혀진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두개의 탁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시선과 관련 인물들의
반응 또한 하나씩 보게 됩니다.
자기에게 어떤 손익이 있는지 따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
여론을 형성하는 댓글들도 미대입시와 관련있는 이들이었기에 더한 공분으로 글을 썼음을
봅니다.
보충수업을 받는 학교에서는 게시판 댓글에서 만큼의 관심은 낮았거든요. 모두가 자기 공부가
먼저였기에...
입시미술의 작품은 지하철에 가끔씩 전시되어 있는 디자인 작품을 본것이
전부였지요.
그러다 책을 읽으며 만난 디자인 작품을 그릴때 등장하는 아이디어 창출법, 발상의 전환 등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을 또 다르게 보게 했습니다.
단순히 색채의 조합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보게 되었죠.
조영남씨의 대작사건도
떠올랐습니다.
그림은 그린 사람의 것일까요? 아니면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의
것일까요.
그 것을 모두 공개하고 드러냈다면 어땠을까요?
이야기는 대작사건이 드러나고 이현아가 차우림의 연락에 미안하다며 떠나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이후에 우림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달콤한 알을 품었기에 쓰디쓴 맛을
치뤄야 할 시간, 오히려 이것이 드러났기에 다행이라 할까요.
섣부른 위로와 말을 하기가
멈칫해집니다.
대작 제안을 받아들이게 한 상황제공자가 부모였는데,
정작 부모에게
대화나 방법을 의논할 수 없었다는것이 더 답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도 첫번째 탁란 사건이 가정을 지키고
엄마의 자립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진행되기에
두번째 우림이의 탁란 사건도 성장통으로 잘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여름 밤,
간간히 들리는 뻐꾸기 소리
아름다운 새 소리 이면에 감춰진 탁란
우리의 현실에도 예쁜
소리에 이런 탁란이 감춰진 것은 없을까.
소원라이트나우 02 [달콤한 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