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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 2019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2019 전주 올해의 책 선정도서 ㅣ 날개달린 그림책방 20
허은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여유당 / 2018년 1월
평점 :
[여유당]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글 허은미, 그림 김진화
여유당
아빠가 불곰에게 잡혀갔데! 그런데 불곰은
어떤곰이야?
아이에게 불곰 (=갈색곰)에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주고 이 책이 어떤 내용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숲이 있고
집처럼 보이는 것이 있으니...캠핑하다가 불곰이 아빠를 잡아간건가?
글작가는 우리 나라 분이신데...풍경은
노르웨이나 북유럽 산같고...
얼른 책을 펼쳐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거든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제목에 나온 '불곰'은 바로 엄마의
별명이었습니다.
두 장에 걸쳐서 나오는 그림책의 그림을 하나로
모았더니, 어쩜, 크게 벌린입이 꼭 같아보입니다.
아이에게 소리치는
제모습도 이럴까요.
남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때, 회사일에 바빠 새벽에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아빠가
아이에게 존재감이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로
현 상황의 씁쓸함을 드러낸적이 있었지요.
이
그림책에서도 아이의 동시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아빠가 아니라 엄마에 대한 아이의 물음이
보입니다.
우리가족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서 애완동물까지 장점을 적어놓으면서, '그런데 엄마는 왜 좋은지
모르겠다'니...
같은 질문은 우리아이에게 묻기가 겁나더군요.
그림책 속의 엄마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거든요.
그런데 왜 제목이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일까요?
그건, 아빠의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엄마가 원래 불곰이었다니! 자신을
구해준 불곰과 결혼해 준 아빠라니!
웅녀이야기도 아니고, 아빠의 거짓말이
분명한데도
아이는 아빠의 말을 믿는 듯 합니다.
곰의 가죽을 벗고 사람으로 행세하는
엄마, 그런 곰에게 잡혀사는 아빠?!
엄마가 진짜 불곰?
아니지요.
그럴수 없습니다.
여기 증거 사진이 있거든요.
할머니가 보여주시는 엄마의 어린시절은
지금 아이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엄마의 젊은 시절사진은 꽃같이
곱습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보이지요.
그제야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보기
시작합니다.
고왔던 엄마를 불곰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하루종일 탁자앞에 서있는
엄마, 그래서 퉁퉁부은 엄마 다리.
말 안듣는 우리에게 말한다고 (이런말은 들어있지 않지만, 예상컨데) 하루종일
큰소리로 말하면서 목소리가 갈라지고 거칠어진 엄마.
지친 몸을 이끌고 한밤중에 들어와 늦은 저녁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엄마.
누군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면서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여전히 아침에는 불곰 엄마의 고함을 들으며 바쁜 아침시간에 집에서
뛰쳐나오지만
더이상 엄마가 왜 좋은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불곰이 된것은
'우리엄마'가 되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되었거든요.
엄마는 우리 엄마라 좋은 것이라는
것을요.
제목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없지만,
글은 온통 엄마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엄마를 바라보는 남편과, 엄마의 엄마와,
아이의 시선이 들어있으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아이의 변화가 담긴
그림책.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