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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인필 저자의 예술로 읽는 스페인 도시에 새겨진 거장의 시간을 걷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가우디와 피카소, 벨라스케스 등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발자취와 이슬람과 가톨릭이 교차하며 쌓인 스페인 도시들의 웅장한 역사를 세련된 감성으로 담아낸 예술 기행서예요. 일상과 직장 생활의 굴레 속에서 잠시 벗어나 붉은 태양이 넘실거리는 이베리아반도의 고풍스러운 도시들과 그 안에 숨 쉬는 예술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어요.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다 보니, 바쁜 매일의 톱니바퀴 속에서도 나만의 숨골이 되어주는 고요한 위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느끼게 됩니다. 저자가 현실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주말마다 갤러리를 찾고, 마침내 프라도미술관의 시녀들에 매료되어 무작정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지요. 예술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스페인의 골목과 미술관을 내 집처럼 누비며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간 과정은 부럽기도 하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책 곳곳에는 알람브라 궁전에 남아있는 이슬람 문명의 붉은 정취부터 로마 제국의 몰락과 반달족의 역사적 흔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결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스페인만의 입체적인 서사가 묵직하게 담겨 있더라고요. 단순히 겉핥기식 관광지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 삶을 바친 거장들의 흔적과 문명사의 굴곡을 다정한 시선으로 더듬어 나가는 문장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캔버스 속 인물들이 건네는 눈빛에 숨이 턱 막히던 그 뜨거운 순간들이 페이지마다 넘쳐났지요.
특히 반달리즘이라는 단어가 유래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가이세리크의 로마 약탈 그림을 함께 짚어주는 대목처럼, 역사적 사실과 미술사가 정교하게 아우러지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붉은 태양 빛 아래 그을린 저자의 얼굴을 시간이 남겨준 훈장이라 부르는 시적인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의 설렘과 지적 탐구열이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길 위에 서서 거장들과 나눈 무언의 대화는 삭막했던 일상에 따스한 감성적 영양분을 더해주었지요.
지친 일상 속에서 나만의 낭만과 삶의 지향점을 찾고 싶은 3040 직장인들은 물론, 스페인이라는 매혹적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깊이 있게 거닐고 싶은 모든 독자분께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거장들의 숨결이 새겨진 도시를 함께 걸으며 굳어있던 감각을 깨우고, 잊혀진 내 안의 열정을 되살려주는 아주 소중하고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