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봄이 건네는 말들 - 방문 진료 의사의 노인, 돌봄, 존엄을 둘러싼 기록
전영웅 지음 / 파지트 / 2026년 5월
평점 :


전영웅 저자의 돌봄이 건네는 말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청진기와 진료 가방을 들고 환자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진료 의사가 기록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예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님의 노후와 다가올 나의 돌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면서 이 책을 자연스레 펼치게 되었어요.
마흔이라는 나이를 지나며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저자가 보여주는 방문 진료의 풍경은 참 낯설면서도 다정했어요. 진료실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을 벗어나 환자의 삶터로 들어가는 순간, 의사와 환자 사이의 권력 관계가 무너지고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는 대목이 가슴 깊이 와닿았지요.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니라 저마다의 역사와 삶을 지닌 존엄한 존재들이었거든요.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이 아렸던 부분은 우리나라 돌봄 현장이 직면한 혼란과 갈등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어요.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고마움과 어색함이 뒤얽히는 현장을 돌아다니는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니, 의학적 처방보다 지금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일방적인 관리나 치료가 아니라,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서는 돌봄이야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진짜 존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돌봄이란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약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일과 성과에만 매몰되어 주변의 아픔이나 나이 듦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응원하는 마음이야말로 메마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온기라는 큰 통찰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부모님의 노후나 다가올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동료 직장인들이나, 사회적 돌봄과 존엄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줄 것 같아요. 화려한 수식어나 거창한 담론 대신, 현장에서 퍼 올린 진솔하고 따뜻한 기록들이 마음을 두드리니까요.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돌보는 진짜 의미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다정하고 무거운 기록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