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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5
펠리치타 살라 지음, 김세실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4월
평점 :
펠리치타 살라의 그림책 심심해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려진 지루함이라는 감정을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보물 같은 작품이에요. 바쁘게만 돌아가는 사회생활 속에서 문득 멈춰 서고 싶은 순간, 이 짧은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가 궁금해 펼쳐보게 되었어요.
주인공 리타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심심해해요.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그림 그리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그 마음이 왠지 낯설지 않았어요. 우리 어른들도 가끔은 세상 모든 장난감이 심심해 보이고 방 안 공기조차 따분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런데 리타는 그 지루함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신, 세상 밖 어딘가에 있을 자기 같은 심심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버스를 불러냅니다.
심심한 이들을 특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버스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발상인가요. 그림 속 리타가 지루함을 상상의 연료로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은 정말 경이로웠어요. 특히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데도 지금 진짜 지이인짜 바쁘다며 거절하는 리타의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그 천진난만한 고집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한 조각처럼 반갑게 다가왔어요.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어요. 우리는 언제부터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무언가로 끊임없이 채워야만 하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 걸까요. 리타를 보며 깨달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텅 빈 시간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그림자의 탄생지라는 점이었어요. 지루함은 회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낸 상상의 근육을 깨워주는 고마운 신호였던 셈이죠.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 같지만, 사실 일에 치여 여백을 잃어버린 우리 어른들에게 더 절실한 휴식 같은 책이에요.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 혹은 삶이 너무 단조로워 권태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리타의 버스에 함께 올라타 보시길 권해요. 억지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잠시 기분 좋게 심심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내일의 공기가 조금은 달라질 거라 믿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