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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ㅣ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평점 :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인도네시아 문학이라는 생소함에 이끌려 시가렛 걸을 집어 들게 되었어요. 라티 쿠말라가 그려낸 이 작품은 정향 담배인 크레텍의 알싸한 향기 속에 감춰진 한 가문의 비밀과 역사를 다루고 있더라고요. 단순히 낯선 나라의 소설이라는 호기심을 넘어, 한 시대의 공기와 여인의 삶이 어떻게 향기로 남을 수 있는지 깊이 몰입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담배 재벌인 크레텍 자가드 라야 가문의 수장이 임종 직전, 아내가 아닌 정야라는 낯선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는데요. 아버지가 평생 가슴에 묻어둔 비밀을 찾아 떠나는 아들들의 여정은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몽환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쳤어요.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1960년대 인도네시아는 남성 중심의 견고한 벽이 존재하던 시대였지만, 그 속에서 오로지 천재적인 미각과 열정만으로 최고의 담배를 만들어낸 정야의 삶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답니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했던 정야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과연 우리 삶에서 끝까지 지켜내야 할 순수한 열정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되더라고요. 저 또한 사회생활을 하며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정야처럼 나만의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은 열망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버지가 평생 그리워했던 가디스 크레텍의 맛이 단순히 담배의 배합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지독한 그리움의 결정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향기로 남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고귀하면서도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오로지 나의 커리어와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제 입장에서, 그녀의 집요한 장인정신은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어요.
이 책은 일상에 지쳐 새로운 감각의 자극이 필요한 분들이나, 한 여인의 삶이 시대의 벽을 어떻게 넘어섰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어요. 인도네시아라는 낯선 배경이 어느새 나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여러분의 가슴 속에도 지워지지 않는 정향의 향기가 오랫동안 머물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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