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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ㅣ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유자는 없어
김지현2026돌베개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거 '조용한 책 리뷰어'
'조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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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가장자리와 침묵 속에 남겨진 목소리를 집요하게 기록해 온 작가다. 소설과 르포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해왔다. 그의 글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사실을 차분히 배열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읽는 이는 자연스럽게 인물의 삶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유자는 없어 역시 그런 태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결핍과 상실을 전제한다. 무엇이 없는가를 말하지만 사실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묻는 책이다.
작가는 특정 사건을 자극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대신 오랜 시간 축적된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조건을 함께 보여준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시대의 초상을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유자는 없어는 한 개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가족과 사회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유자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끝내 완성되지 못한 삶의 상징처럼 읽힌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성인이 된 이후의 시간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가난과 돌봄의 부재, 관계의 단절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보호가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작가는 불행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일상의 장면들을 차곡차곡 쌓아 독자가 스스로 무게를 느끼게 한다. 병원 대기실과 좁은 집 안 풍경, 무심한 대화들이 이어지며 삶이 조금씩 소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적 제도와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엇갈리는지도 분명히 드러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하지 않지만 결국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유자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침묵과 회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특정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복해온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 무게가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면해 왔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40대에 접어들며 가족과 책임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돌보고 있었는가라는 물음이다.
유자는 없어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읽는 이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끌어오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개인의 불행을 소비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이 책의 태도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느낀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들이 이어지며 삶의 균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기록이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차분하게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요약
가족과 책임, 단단한 문장들, 꼭 읽어야 할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