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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평점 :

책 표지가 독특하고 제목도 생각을 하게 하는 제목이라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책을 읽을 기회를 얻었네요.

1
책은 차례 없이 바로 시작이 되네요.
제2차 대변동은 내 열한 번째 생애의 1996년에 시작되었다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죽어가면서 따뜻한 모르핀의 안개속으로
스르르 빠져들고 있었는데 그 여자애가 등줄기에 끼얹은 차가운
얼음 조각처럼 불쑥 끼어들었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되네요.

2
시작에서 시작하도록 하자.
졸업, 대변동, 내 열한 번째 생애와 이따른 죽음들
(나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모든 게 어디서 시작되었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저 무의미하고 섬광처럼 폭박했다 잦아드는 찰나의 폭행
아무 이유 없는 응징으로만 보일 테니까
내 이름은 해리 오거스트로 이야기가 이어지네요.

41
옛날에 이스라엘 정착지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긴 피에트록-112와 좀 닮은 구석이 있었고
포도주, 여자, 노래를 넉넉잡아 120년쯤 즐기고나니 목가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시기가 찾아오고 아이러니하게도 약속의 땅으로
가보라고 영감을준 장본인이 바로 향락의 여신 에이킨 라이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네요.

42
그로부터 15년 전이자 몇 세기가 지난 지금, 피에트록-112는
이스라엘의 그 농장을 연상시켰고 밤의 정적, 길게 이어진
야트막한 노동자 막사, 바깥세상과 격리하는 울타리∙∙∙∙∙∙
적대적이고 무서운 어둠의 세계와 밤에 방울팸처럼 도사리며
돌아다니는 것들을 막기 위한 장벽. 우리 머리 위로 솟아 있던 골란 고원이
이방 종족의 신에게 바치는 기념비였다면 피에트록-112에서는 표식 없는
콘크리트의 산이 원자와 숫자로 구성된 과학의 신에게 바쳐지
사원이라고 하네요.

81
"해리,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중요한 업적이네."
내 귀에 속삭이는 빈센트.
내 귓전에 울리는 수많은 말소리, 그 말소리를 들을 수많은 세월.
그리고 이어지는 인류, 우주, 과거, 미래의 비밀와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네요.

82
'망각' 후에 깨어났을 때는 혼자였고,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내 정신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든, 여전히 나는
나 자신이었고
여전히 병원에 있었고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퇴원하겠다는 오거스트의 이야기가 이어지네요.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함이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