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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ㅣ 빨간우체통 1
김현태 지음 / 박물관 / 2008년 1월
평점 :
사춘기 때 엄마를 부끄러워 한 적이 있었다. 농사만 지으신 엄마는 화장은 거의 하지 않으셨고 외출복도 별로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도시의 세련된 엄마들과 비교를 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는 힘들게 사는 게 싫었으니까. 그래서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나 또한 세련되게 옷도 입지 않고 화장도 별로 하지 않는다. 큰집에 살지도 않고 차도 오래된 소형차다.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를,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할 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은 친정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비록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채워주지 못했지만 사람으로써 지켜야할 도리와 무엇이 참된 행복인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바른길로 갈수 있도록 말만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본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용호는 “똥퍼~” 소리를 듣고 나무 뒤로 숨는다.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 싫다. 하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철규에 의해 학교 친구들 모두에게 소문이 나고 만다. 너무 속상하고 아버지가 밉다. 비 오는 날 똥 수레를 끌고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또 숨는다. 도와줄까? 말까? 말썽이다 그대로 있는다. 힘겹게 오르던 아버지는 똥수레와 뒹굴고 허리를 다치게 된다. 용호는 아버지를 간호하며 죄책감에 쌓인다. 한편 용호의 마음을 알게 된 아버지는 “용호야, 아빠가 궂은일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남이 뭐라고 해도 상관하지 마라.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아빠가 할 뿐이야.” 아빠의 마음을 본 용호는 이제 먼저 나선다. “똥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