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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망태 할아버지한테 데려가라고 할 거야” 시누이가 고집피우는 조카한테 하는 말이었다. 30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무슨 뜻인가 싶어 신랑한테 물어봤더니 그냥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읽어봤다.
엄마와 아이의 실랑이가 느껴진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엄마는 무조건 엄마의 뜻대로 하려고 한다. 말을 듣지 않을 때는 결정적인 한마디 “그러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데려가라고 할 거야” 그래서 망태 할아버지가 제일 무섭다. 엄마가 이 말을 할 때는 엄마는 커다란 거인 같고 아이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그러다 한없이 작아진 아이가 의자 위에 올라서며 엄마의 눈높이에서 말대답을 한다. “엄마는 하지 않으면서 나한테만 하래.” 하지만 이런 실랑이도 잠깐 다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와 아이가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자랐고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나와 아이가 이런 실랑이를 한다. 아이가 먼저 알아서 해주기를, 아이들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내 모습과 나름대로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도 이유가 있는 모습에 내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난다. 이렇게 예쁜 실랑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이가 어릴 때 품안에 있을 때다. 망태 할아버지 핑계 대지 말고 아이의 말을 경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