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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똥을 누는 아이 ㅣ 느림보 동화 14
홍은경 지음,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06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설정 자체가 특이하다.
실업자가 된 아빠 대신 엄마는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아빠가 가정을 돌본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지만 좌충우돌 겪는 아빠의 육아서 같기도 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또 요즘은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부모 역할이 바뀔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운동회 날 달리기를 못하는 유진이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듯 피자 한판에 콜라, 치킨까지 먹는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서 1시간을 앉아 있지만 배가 아플 뿐 변을 보지 못한다. ‘혹시 맹장염일까?’ 온갖 상상을 하며 병원에 갔더니 악성 변비라는 말을 듣는다. 의사는 유진이의 상태를 풍선에 비유하며 변을 보지 못해 부풀어 오르다 빠지면 쭈글쭈글해진다며 음식을 조절해주라고 한다. 하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아빠와 유진이. 결국 똥을 싸지 못한 유진이의 몸은 부풀어 오르고 변기가 막힐 만큼 변을 본 유진이의 몸이 쭈글쭈글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한다. 다시 유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변을 잘 누는 것. 그러다 청와대에서 황금 똥을 구하고 사례를 한다는 말을 듣고 청와대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똥을 보여 주지만 황금 똥은 없다. 아빠는 똥도 싸고 돈도 벌고 이석이조의 효과를 바라며 유진이와 황금 똥을 누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식단도 짜서 먹어도 보고 깊은 산속 요가 선생님께 지도도 받지만 별 효과가 없다. 그러다 가게 된 곳은 시골 할머니 집. 아빠가 실업자가 된 순간 거의 찾아뵙지 않은 할머니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금세 친해진다. 할머니와 아침 일찍 밭에도 나가고 직접 기른 채소를 먹다보니 어느 순간 황금 똥을 누게 되고 변비도 없어진다. 청와대로 간 아빠와 유진이는 상금을 받게 되고 할머니는 황금 똥을 누는 법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건 유진이의 마음 자세다. 무거웠던 몸을 자신한테 맞게 맞추었다는 것. 뚱뚱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건강한 자신의 몸을 갖게 되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에 갔을 때 자원봉사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 모두가 쓸모가 있는데 똥만은 쓸모가 없다. 왜냐면 음식마다 너무 방부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똥이 썩지를 않는다. 식물에 필요한 거름은 똥을 삭혀서 줘야 되는데 썩지를 않으니 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할머니가 하신 말씀과 똑같다.
인류가 배출하는 똥의 양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이것이 모두 독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똥은 거름으로도 쓸 수 있지만 또 다른 용도로 쓰기도 한다고 한다. 재활용품을 다시 쓰듯 똥도 다시 쓸 수 있도록 음식을 먹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세계에서 우리나라 음식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더니 일회용의 패스트푸드 보단 정성이 들어간 우리 음식을 먹는 게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