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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바 수트라 - 수행경(修行經)
김은재 지음 / 지혜의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은 표지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제목도 한국어가 아닌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어 굉장한 호기심을 일게 되어 냉큼 책장을 넘겨보았다.
헉! 표지만 특이할 줄 알았는데, 편집도 굉장히 특이했다. 왠지 과거로의 회귀(?) 같은 느낌의 편집을 보고 약간 실망이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내용을 읽어가다 보니 편집의 특이함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용과 더 잘 어울린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 신기했다.
요즘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오랫동안 알고 있던 종교 외에 다른 종교에서는 과연 어떤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너무 낯설었고, 대단히 어려웠다. 처음엔 산스크리트어가 너무 많아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고, 나중에는 내가 알고 있는 종교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가르침이다보니 그것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물론 책 한 번 읽었다고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은 하였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템포를 늦추면서 약간 의미하듯이 읽어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독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모르는 것이 많더라도 일단은 대충 넘어가기로 하고,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랬더니 처음보다는 그 뜻을 약간씩 이해할 수 있어 작게나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참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깨달음을 많이 받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초보적인 수준인 ‘나’ 라는 것과 ‘마음’에 대한 정의들을 풀어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중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몸>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면 <몸을 알아 챌 수 있는 그것>은 몸과는 분리된다. 몸은 이제 인식의 대상이 되고, 나는 주체가 된다. 그리고 또 나는 <나의 마음>도 알아챌 수 있다. 만약 어떤 생각이 움직이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지켜볼 수 있다. 나의 주의를 그 생각에 집중하고 거기서 움직이지 않도록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생각의 흐름>을 허용할 수도 있다. 또 <나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고 있다면, 나는 <그 기복이 심한 화>와 <지체되는 우울>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면 그때, <그런 것을 알아채고 있는 그것>은 또 분리된다. 즉 마음은 대상이 되고, “나”는 그런 것을 지켜보고 있다. 나 자신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그 <지켜보는 에너지>다. 그 <지켜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이고 의식이다. 그러므로 <분리가 불가능하게 되는 지점>에 이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에게, 즉 참나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p.13~p.14)
「<마음> 혹은 흔히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내가 지나온 [과거의] 모든 축적>을 말한다. <내가 겪은 모든 경험과 내가 마주친 모든 정보, 내가 어디선가 읽고 듣고 긁어모은 그 모든 지식, 그런 것이 축적된 것>이 나의 마음이다. 마음은 <끊임없이> 축적한다. 심지어 내가 의식적이 아닐 때도, 혼수상태에 있을 때도, 마음은 기억하고 축적한다. 그러므로 마음은 <어떤 기억>이다. 그런 기억, 그런 마음이 에고다. 그것이 <나>라는 것이다.」(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