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율도국 - 광해와 허균, 홍길동과 대마도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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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역사소설을 읽기 전에는 그에 해당하는 역사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책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별 생각 없이 소설책만을 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유독 많이 하여 집에 있는 역사관련 책과 인터넷 등을 살펴보았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저자가 강조한 『인조반정사』라는 책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놀라웠다. 그리고 궁금증과 함께 엄청난 호기심이 발동하여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때론 아프기까지 했다. 왜냐면 굉장히 슬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정치적인 상황이 어찌 지금의 시대와 비슷할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멍 때린 적이 많았다.

 

「우리는 역사가 도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되돌아올 때는 교훈을 수반하고 오기 때문에,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해 주는 자산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역사가 지금 내 곁에 돌아와 있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한다. 그것이 문제다.」(p.5)

 

저자의 이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래서 역사의식이 중요한데, 여지껏 나의 삶 속에서 이런 교훈을 들려준 어른들이 없었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야기했겠지만 내가 들을 귀와 깨달을 지식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여 나와 같은 전철을 밟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감정적으로 동하던 부분은 바로 ‘기우제’였다. 조선 국왕이 백성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아픔을 공감하려고 하는 마음으로 기우제를 드리려고 하는 과정이 나의 감정선을 폭발적으로 건드려 눈물이 많이 났었다. 책을 보면서 그렇게 울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책에 푹 빠졌던 것 같다. 또 책을 보면서 이렇게 감정이입이 잘 될 줄 몰랐기에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는 되도록 읽지 않게 되면서 이후로는 혼자 있을 때 많이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던 건 바로 등장인물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음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저자가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전에는 대충 넘어 갈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왠지 독자들이 빨리 깨달게 하기 위해 특별히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아무튼 신기했으며, 참 좋았다. 어쨌든 이 책은 잊혀 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아주 뜻 깊은 책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한 대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언뜻 한두 번 읽고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여러 번 읽었던 같다.

 

「기자헌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에 자신이 자신을 옭아맨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 때문에 당연한 결과를 맞은 것뿐이다. 기자헌은 기방에서 이억정을 천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가진 것이 없기에 조금만 준다고 하면 속도 비운다고, 근본은 속이지 못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을 보고 한 말일 뿐이다. 가진 자들은 더 얹기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진다. 그것이 권력이든 재물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더 얹기 위한 것이라면, 심지어 자신이 인간이라는 최후의 자존심마저도 팔아버린다. 하지만 갖지 못한 이들은 가진 자들이 조금만 나눠주어도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을 안다. 없는 것을 채우려고 노력은 하지만 자신을 팔지는 않는다. 설령 몸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신세가 될지라도 그 마음만은 순수하게 지키고 싶어 한다. 그 순수한 자신의 마음을 순간의 욕심에 의해 팔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들은 목숨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워한다. 없는 이들이 천하고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지 못해서 부족해 한다는 것을 이용해서 제 뱃속을 채우려는 인간들이 인간의 근본을 갖추지 못한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기자헌 역시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그런 못된 습성을 버리기 전에는 끝까지 자신을 해하는 실수가 따라다닌다는 것을 몰랐다. 없는 이들이 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천한 것이다. 없는 이들이 못 배워서 천하고 무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산다는 것을 들여다볼 줄 모르고 산다는 것이 무식한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리 화려한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을지라도 그 무식함은 자신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p.333~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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