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눈물
박경남 지음 / 북향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믿을 수 없는 악한 것으로 보았기에 부모 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매개로 형성된다고 했다. 권력과 천륜 사이에서 번민하는 부자지간, 오늘의 세태이기도 하다.」(p.7)

 

이 책 처음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 끝부분이 책 전체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보는 내내 답답함이 엄습해 왔다.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것일까? 구한말에만 그렇게 소통이 안 되었던 것이 아니라 짧게는 조선왕조의 역사를 보더라도 제대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역사의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이 대부분이라 왕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을 살펴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통해 시대문화를 알 수 있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는 있는 것 같다.

 

“불통의 시대”

 

과거 계급사회로 억눌려 있던 사회제도 및 문화로 인해 불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이해는 갔지만, 지금의 시대에 적용해 보면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단순히 사회제도와 문화로 인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민족 자체가 소통이 쉽지 않은 민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조선의 역사를 마감하게 되는 것을 보았을 때 혼란스러움이 앞선 것 같다.

 

가장 안타까운 건 우리 스스로 고군분투하며 끝까지 싸워 나라를 보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일전쟁(임진왜란)을 필두로 하여 일본 식민지에서의 해방, 그리고 6․25전쟁. 모두 다 강대국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겨우 유지해 왔었다.

 

60여 년 동안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강대국들 속에서 눈치만 보고, 그들의 요구를 우리의 이익을 위해 큰 소리 치지 못하는 현실을 보니 단순히 과거를 과거로서만 인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교훈으로 삼지 않고서는 현재의 어려움도 결코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유추하여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100%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좋겠지만 역사는 그럴 수 없는 것이기에 단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과감히 사실을 토대로 유추해 나가는 것이 바로 역사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야 시간이 갈수록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역사의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최대한 많은 고증들을 가지고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 나갔기에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렇듯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게 되면 조금씩 숨겨져 있던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욱 더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살펴보겠다.

 

「'주상,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정말 큰일 납니다. 이 아비가 그리 두려우십니까? 군사들이라도 이끌고 대전으로 쳐들어 갈 것이라고 여기는 겁니까? 삼군부는 내 사병조직이 아니라 주상의 군사들이며 조선을 지킬 군사들입니다. 군을 가볍게 보면 큰일 납니다. 당장 안전하다고 끝까지 안전하고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하응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에서 천불이 났다. 그토록 믿었던 재황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더 이상 이하응의 아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조선의 국왕으로서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온전한 것이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주상, 정녕 동인괘를 보지 않았단 말이오? 아니면 함께 할 이들이 아비가 아니라 그들인 게요? 아비를 믿지 않는다면 제대로 국사를 운영해야 할 것이 아니요?‘ 머리로는 재황을 이해해 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들끓어 올랐다.」(p.127~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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