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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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작가가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난 그의 작품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보니 정말 재미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도련님”에 대해 읽어보기로 하였다. 최근 들어 소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이 책 또한 잔뜩 기대를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이 일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오히려 몰입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반 이상 넘어가서는 완전히 몰입되어 감정이 동하는 순간도 가끔씩 생겨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주인공의 생애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의 성격을 유추해 보고, 그가 말하고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그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면서 이 책이 나의 마음에 훅! 하고 들어온 것 같아 놀라면서도 신기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내 삶에서도 저런 태도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부분이 있다.

 

「"저는 정말로 숙직 중에 온천에 갔습니다. 그것은 정말 잘못한 일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으니 모두 또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뭐라고만 하면 웃는다. 짜증나는 놈들이다. 네놈들은 이렇게 자신이 잘못한 행동을 사람들 앞에서 잘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으니 웃는 거겠지.」(p.128)

 

주인공의 일관된 모습 중 하나인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주인공은 일관되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아마 그것은 어릴 때부터 생긴 하나의 습관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주인공의 습관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유추해보면, 주인공의 타고난 성품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당연히 그런 모습을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가면서 그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인공은 남의 시선보다는 자기에 대한 확신과(남들이 볼 때는 똥고집으로 보여 질 때가 많다) 신념 등이 있었기에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멋져 보여 나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당당하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빨리 찾아오게 되었고, 그 때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잘못했다고 고백을 하게 되면서 갈등을 크게 겪지 않고, 잘 해결되었던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실 아주 짧은 순간에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되어 망설여졌지만, 그 때 한창 주인공의 태도에 동화되어 있던 중이라 쉽게 잘못을 인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책을 읽고 아주 빠르게 내 삶에 적용해 본 경우는 거의 없어 어리둥절했지만, 이런 것이 책을 읽는 유익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도련님이라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의 작품은 내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주인공이 세상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보면서,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든가 애송이라든가 하는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든가 또는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과감하게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법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빨간 셔츠가 “하하하하!” 하고 웃는 것은 나의 단순함을 비웃는 것이다. 단순과 진실이 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p.103~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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