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 구한말에서 베트남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공부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왜 역사에 대해 그동안 관심이 없었지?’였다. 내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37년 넘게 살아오면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생각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상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내 주위에서는 역사에 대해 공부해야 됨을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 이유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들 먹고 살기 바빠 책을 볼 여력이 없으니 당연히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줄리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머리말에 한 이야기를 보게 되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해방 후 한반도 남단에 민족반역자들이 득세하면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일이다. 친일 세력이 친미파로 둔갑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면서 이 사회의 정의는 증발해버렸다. 그 후손들은 조상의 부와 권력에 힘입어 고등교육을 받고 다시 우리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해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p.5)

 

대부분의 서민층에 해당되는 우리로서는 먹고 살기에도 힘겨워하고 있으니, 책을 읽거나 역사에 대해 운운한다는 것은 그저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자연히 역사인식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역사인식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뒤늦게 역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임에 있어 재미있고 뿌듯해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사를 하나씩 알아감에 따라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하고, 나중에는 화가 나고 분노가 쌓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열정만 가지고 평화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물론 틈나는 대로 내 주위사람들과 정치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욕을 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끔 노력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또 아직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얇은 지식이지만, 주위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권면해 보기도 하였지만 이것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때로는 좌절되기도 하였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은, 소수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인생의 선배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와중에 책을 읽다보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편지 쓴 것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아졌다.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에게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가 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p.98~p.99)

 

어찌 어머니가 아들보고 ‘죽어라’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심한 말 아닌가 라고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어머니의 애국심이 아들의 애국심 못지않다는 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여자들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별로 없었겠지만, 그 정신만은 학자나 유림 못지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는 지식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와 같은 정신들을 보고 배워야하는 것 같다. 아마 이런 나의 생각들이 김구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이야기를 보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들로 인해 의식화되기 시작했지만 곧 아들을 다스릴 수 있는 덕과 도량을 겸비한 곽낙원 여사. 그 어느 성현의 어머니보다 위대한 것은 아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p.125)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또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진실이나 착한 사람, 나쁜 사람들을 밝히는 것만을 위해서도 역사를 공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선조들의 위대하고 훌륭한 정신”을 계승받기 위해서이다. 한국인으로서 그런 정신을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선조들의 위대하고 훌륭한 정신이 마음에 깃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