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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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이름은 무수히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정작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것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 부제목이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 같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 책 저자는 과연 사도세자에 대해 어떠한 비밀을 알고 있기에 당당히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보통 장편소설은 서문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자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라는 서문을 소제목과 함께 강하게 이야기하여 인상 깊었다. “길들여진 역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왠지 저자의 울분을 느낄 수 있는 말투가 느껴졌다.

 

「조선 후기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계는, 내 눈에는 지금도 당쟁 중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소설이 다룬 시대에 관한 논저, 드라마, 영화, 서적 등에서 노론 벽파의 시각이 90% 이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p.7)

 

위의 글은 저자가 서문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 한 것으로 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그 때의 역사에 대해 시대가 엄청나게 바뀐 지금도 ‘노론 벽파의 시각이 90% 이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라는 말을 듣고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저자의 말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을 잡으니 씁쓸한 기분이 많이 들어 우울해졌다.

 

역사는 이긴자들의 의해 기록된 것이라 조금 치우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역사는 치우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을 역사를 공부할수록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자고로 역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다양한 시각으로 그 사실을 바라볼 때 그나마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의 역사는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역사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멈춰지지가 않는 것 같다.

 

그런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보니 조금 질서가 잡혀 가는 것 같아 반가웠지만, 이내 사료의 빈약함으로 더 다양한 사도세자의 새로운 기록을 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나마 저자가 소론 온건파의 후손의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였기에 사도세자의 심경에 대해 다른 어떤 책에서의 내용들보다 자세하게 다루었던 것 같아 참 좋았다.

 

사도세자가 아들 이산(정조)에게 했던 여러 대화들이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함께 살펴보겠다.

 

「(정조이산)“노론 대신들이 저도 죽이려 할까요?” (사도세자)“아무렴, 그들이 너도 죽이려 할 것이다. 그러니 발톱을 숨겨라. 아버지는 발톱을 숨기지 않은 죄로 오늘 뒤주에 갇힌 것이다. 이 아버지의 잘못이라면 백성을 위해 뭔가 해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백성 앞에 흉포한 임금이 되어라. 또 당인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처럼 미련스럽게 굴어라. 그러다 보면 단 한칼에 그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들을 죽여라. 임금은 사람 죽이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 아, 사악한 인간은 용서할 가치가 없다는 걸 내가 왜 이제 깨닫는지 모르겠다. 바보처럼 미련하게 굴다가 저들이 나를 업수이 여겨 무사히 왕위에 앉거든, 그때 가서 기회를 보아 가며 저 사악한 당인들을 쳐죽여야 했거늘 이 아버지는 너무 성급했단다. 그러니 너는 바보처럼 굴어라.” (정조이산)“아버지 안 계시면 누굴 믿느냐니까요?” (사도세자)“아무도 믿지 말라. 할바마마는 이미 노론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새로 온 김씨 할마마마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니 더 조심하라. 네 어머니, 모두가 다 지독한 노론이다. 우리 왕실을 망하게 할 사람들이다. 아버지를 죽이라는 자들은 노론 중에서도 벽파라 하고, 아버지를 살리라고 한 시파도 있다. 하지만 너는 시파만 감싸서는 안 된다. 네가 그들을 감싸면 그들은 반드시 죄를 입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이 조정을 장악한 뒤에는 네가 충신이라고 하면 그는 역적이 되고, 네가 역적이라고 하면 그는 충신이 될 것이다. 그들의 적이 되면 없는 죄가 생겨나고, 그들의 친구가 되면 있던 죄도 없어진다. 그러니 사서삼경 따위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오직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해라. 아무도 믿지 말라. 할바마마, 네 어머니에게도 아부를 해야 살아남는다. 네 어머니, 네 외할아버지는 모두 나를 죽이자는 노론 벽파들이다. 아무도 믿지 말라. 또 말한다. 아무도 믿지 말라.”」(p.256~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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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 꼭 세워야 할 아내 대책
가와키타 요시노리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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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처음 얼핏 봤을 때는 아내들이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빨리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내 책 제목을 잘 못 이해한 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남편들을 위한 책인 것이다.

 

결혼 3년차로서 아직 아이가 없다보니 서로 부딪히는 일이 다른 신혼부부들보다 더 많은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 한다고 하지만 그것 또한 과연 잘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다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었던 나름의 대책들이 저자의 이야기와 일맥상통 하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잘 살기 위해 서로가 결혼을 한 것인데, 실제로 함께 살다보니 이래저래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힘이 적어 힘겨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튼 이 책 저자의 말을 함께 살펴보면서 나에게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신혼 때의 두 사람과 달리 나이가 먹은 후의 두 사람에겐 ‘같이 있어도 되고, 따로 있어도 되는’ 관계야말로 서로에게 가장 좋은 관계이기 때문이다.」(p.14)

 

저자는 나이 먹은 후에 아내 대책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지금 이 시대는 신혼 때부터 제대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왜냐면 너무나도 많은 부부들이 나이 먹기 전에 헤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이혼에 있어서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교만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만큼 이 시대는 복잡하고, 가식적이며, 인내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결핍되어 있으며, 오히려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한 편견들과 오해들로 똘똘 뭉쳐져 있어 그것들을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혼시절과는 다른, 나이를 먹은 부부가 목표로 해야 하는 ‘같이 있어도 되고, 따로 있어도 되는’ 경지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위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관계를 목표로 하면 놀랍게도 아내가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서 생기가 넘치게 될 것이다.」(p.15)

 

그래서 난 저자가 이야기 한 나이 먹고 나서의 계획을 신혼 때 펼쳐보려고 무던히도 많이 노력하였다. 물론 혼자서 감당해야 되는 부분들이 많아 어려울 때와 위기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근근이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내의 깨달음’으로 인한 변화된 행동들이 중간 중간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와 반대로 남편이 아무리 사방팔방 엄청난 노력을 하여도 아내가 깨달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기에 지금의 지혜로운 아내에게 감사해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소개한 아이다 유지의 말을 교훈 삼아 아내 대책을 앞으로 평생의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되면 어느 순간 행복함이 넘쳐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대가 사랑으로 맺어질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비로움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서로에 대한 신선한 감정이 사라지고, 싫은 측면도 서로에게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피차일반이기 때문에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부부 사이는 유지된다. 40대가 되면 체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좀 더 나은 가정을 꾸리려는 적극성도 약해지므로 서로가 인내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50대가 되면 이제는 참는다는 여유조차 없어지게 되어 남는 것은 포기뿐이다. 인생을 무를 수는 없다. 게다가 인연으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헤어지지 않을 바에는 둘이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 포기한다. 그러한 30년의 세월을 보내고 부부는 서로에게 단련되어 60대가 되면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감사란 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어쨌든 용케 서로 손을 잡고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일 테고, 또 남편 쪽에서도 자기 같은 남자를 용케 버리지 않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한 감사일 것이다.」(p.11~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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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박하게 산다 - 느리고 단순한 삶은 어떻게 행복이 되는가
세실 앤드류스 & 완다 우르반스카 엮음, 김은영 옮김 / 오후의책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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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소박하게 사는 것을 왜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소박’은 그저 ‘검소나 절약’ 이라는 단어와 거의 비슷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박하게 산다는 것은 검소(또는 절약)하게 아끼면서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진 것이 없는 나로서는 검소하게 지내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면서 살아가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하기에 다소 검소라는 단어나 소박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소박함(Simplicity)"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치, 허세, 장식 등이 없는 것; 소박한 삶. 일체의 허위나 속임수가 없는 것; 진정성; 자연스러움; 소박한 태도. 인위적인 장식이나 허세스러운 스타일, 사치가 없는 것; 검소함; 의복의 소박함, 스타일의 소박함, 언어의 소박함; 식단의 소박함; 삶의 소박함. 모호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것; 명확성; 정책의 간결성; 설명이나 시범의 간결함.」(p.19~20)

 

소박함이라는 영어의 뜻이 이렇게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소박이라는 뜻은 어떻게 나와 있는지 여러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보았다. “소박(素朴) :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수수함, 잘 다듬어지지 않거나 복잡하지 않음.” 이것이 그나마 여러 포털사이트 중 가장 자세하게 나와 있던 것이다. 이렇듯 소박함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서 이 책이 단순히 개인만의 이익이나 행복을 위해 소박하게 살아 라는 메시지가 아닌 아주 큰 의미까지 살피면서 왜 소박하게 살아야 되는지 설명하고 있어 놀라움과 함께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박할수록 풍요롭다. 깜짝 놀랄 만한 말이다. “소박함(Simplicity)”이란 것에 대해 수년간 저술하고 사색해 온 이 책의 저자들이 그 의미는 차차 밝혀줄 것이다. 여기 모인 저자들과 사상가들에게 귀 기울이고 있자면 정말 흥미롭다. 이들을 통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박함이야말로 우리 지구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들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의 학대로 인해 그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지경이다. 우리가 ‘더, 더, 더’를 외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해 버리고, 지구를 오염시켜 놓았으며,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야기할 지경에 이르렀다.」(p.7)

 

소박함에 대해 사색하고 연구한 그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이 바로 지구라는 가장 큰 범위의 것을 이야기하여 다소 당황스러웠다. 나의 삶과 지구라는 것을 연결하여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왠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 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소박한 삶이 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마치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여러 연구들을 통해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저자들이 호소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박함은 소수 비주류들의 대안적인 생활방식이 아니다. 소박함은 주류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선진 국가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가치이다. 우리가 하나의 인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국가의 시민들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소박함을 삶의 바탕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소박함은 개인의 선택인 동시에, 문명사회의 선택이어야 하고, 전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에너지 및 교통수단의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지구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면 여전히 우리는 생활방식 및 소비행태에 급진적인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만약 우리가 보다 일할 맛이 나고 의미 있는 미래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필히 “제대로 된, 깊이 있는 소박함”으로 우리의 삶의 보다 고상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p.43)

 

소박함을 꼭 실행해야 되는 국가로 선진국을 이야기할 때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나의 생각은 선진국부터 소박함을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더 작은 단위를 살펴봐도 많이 가진 자가 먼저 소박함을 실천하게 되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소박함을 이야기하는 소극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까지 이야기하여 나로선 적잖은 충격과 도전을 받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 제목을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 독려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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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강흥수 지음 / 북향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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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한지 얼마 안 되는 나로선 ‘조광조’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보았다. 그래서인지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이름이 제목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때는 1506년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르는 시기. 반정 공신들이 조정을 장악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연산군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그저 공신들의 세상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반정으로 세상이 바뀌던 날, 조광조는 스승 김굉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연산과 그 잔당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고, 알 수 없는 공허함만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세상이 바뀌어야 했다. 그의 스승이 그에게 끝없이 해주던 말, ‘지금의 조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왕도정치 뿐이다. 나의 모든 정신을 너에게 물려 줄 터이니 내가 하지 못한 바를 네가 이루어 다오.’ 피눈물을 흘리며 유언 같은 말을 남긴 지 얼마 안 돼 세상과 작별을 고해야 했던 스승. 알고도 행하지 않는 자가 진정한 소인배라 말하던 스승의 전언들은 끝없이 조광조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급해하던 날이 수도 없이 흘러갔다.」(p.15)

 

이렇게 조광조는 사림의 영수였던 김굉필의 유언을 간직한 체, 젊었을 때부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그는 학문을 미친 듯이 공부하여 연산군 때는 사람들이 그를 피하였지만, 중종 때에 와서는 사람들이 그를 오히려 사림의 영수로 떠받드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꿈꾸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의 개혁이 필요했다. 자신의 그늘 아래 모여든 사림들. 조광조에게는 그들만이 유일한 힘이었다. 작은 바람만 불어도 금세 사라질 것 같은 아주 작은 힘이었다. 개혁을 위한 실천, 지금이 나서야 할 적기일까. 자칫 서두르다가 실패한다면 조선의 개혁정치는 더욱 더 후퇴하게 될 것이다. 시작점을 찾는 조광조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했다. 심정이 복잡해질수록 그의 자리는 더욱 더 확고해져 갔다. 이제야 성리학의 세상이 열리는구나 싶자, 사림의 씨앗들은 자신들이 따를 영수를 찾았다. 사림을 형성하기 위해서 영수가 필요한 시대, 그 시대 앞에 조광조는 운명처럼 솟구쳐 오른 존재였다. 일개 성균관 유생으로서는 전무후무하고 유일무이한 사림의 영수, 그렇게 조광조는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 자연스레 초토화 되버린 사림의 영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리기에 한없이 영광스러울 수도 있으나, 어리기에 한없이 짐스럽고, 조심스러웠으며 두려웠다. 자신 하나의 잘못이 자칫 사림 전체의 잘못이요,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조광조는 하루도 수신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닦고 또 닦아 반질반질 해질 때까지 자신을 가꾸고 다듬고 수양했다.」(p.17)

 

사림의 영수가 된 조광조는 젊은 나이의 말단직에 있었지만 고위직의 신하들뿐만 아니라 왕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던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역사를 한창 공부하는 나로선 이런 인물들의 성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면서 생각난 인물들이 있었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정도전, 조일전쟁(임진왜란)의 일등공신 이순신 등이다.

 

짧게 공부한 나로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인물들의 성격을 보면서 배우는 바가 많다. 물론 대쪽 같은 그들의 성격 때문에 일찍 죽음이 그들에게 다가왔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이루어 놓은 많은 것들이 있었기에 오늘을 사는 나로서는 그들을 존경하며 따르고자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해지는 것 같다.

 

「멀어지는 정암을 보던 화담이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홀로 말했다. ‘정치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과 같습니다. 왜 우는지 알아야 하고, 배고 고프면 밥을 주고, 아니면 필요한 것을 해주어야지요. 그저 운다하여 매로만 다스린다면 회초리가 부러지는 순간 서로의 마음도 꺾일 것입니다. 이미 대쪽 같은 분이시니 부디 유연함을 터득 하세요.’」(p.250)

 

화담의 바람대로 대쪽 같은 조광조가 유연함도 갖추게 되었다면, 조선 역사가 얼마나 변화되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이 때 조선 조정이 제대로 기틀을 잡아 국력을 강화하게 되었다면 몇십년 뒤에 있을 조일전쟁(임진왜란)과 정묘․병조호란 등의 전쟁은 거뜬히 막아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그랬다면 아마 조선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 같아 더 가슴이 시려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현재에 사고 있는 나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많은 고민과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조광조가 살았던 그 때나 지금의 상황의 정치적인 상황은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조금씩 꿈을 꿔 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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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 오늘을 위해 밝히는 역사의 진실
김태훈 지음 / 일상이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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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순신에 대해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과연 이순신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니 정말이지 부끄러울 정도로 모르고 있는 것이 엄청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에 대해 뒤늦게 눈을 뜬 나에게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중기의 상황과 함께 조일전쟁인 7년 전쟁의 전반적인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어 너무나도 큰 공부가 되었다. 물론 이순신이 주인공이라 해상전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이후 다른 책들을 통해 육상전투를 하나씩 공부하게 된다면 조일전쟁에 대해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 큰 동기를 불러일으켜 준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단순히 키워드만 알고 있던 여러 단어들에 대해 하나씩 이해하게 되었고, 또 같은 7년 전쟁 동안 일어났지만 몰랐던 사건들이나 인물들에 대해 하나씩 연결해 볼 수 있어 그 어떤 인물 관련 책들보다 이 책의 훌륭함이 드러났던 것 같다.

 

그리고 지은이가 역사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에 책을 읽으면서 몇 번씩 놀라게 되었다. 처음엔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로 이리 저리 살피면서 책을 읽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빨려 들어감을 느끼면서 적잖아 놀라게 되었다. 오히려 전공자가 아니라서 일반인이 읽기에 편안했던 것 같고, 깊이 또한 전공자 못지않게 깊어 과연 저자가 얼마만큼 공부하고 연구하였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아무튼 그의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면서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는 그에 대한 신뢰가 처음과 다르게 많이 높아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게 학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부러우면서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던 같다.

 

1592년에서 1598년 동안의 7년 전쟁에서 만약 이순신이 없었다면 그 당시의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 상상해 보았다. 아마 조선은 꽤 고전하면서 전쟁은 7년보다 훨씬 더 길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병으로 사망함으로써 일본군이 조선에서 철수하였지만, 도요토미가 죽기 전에 일본군이 조선을 속전속결형과 점진형의 형태로 성공을 하여 조선 전체를 거의 초토화 시켰다면 도요토미가 사망하더라도 일본군은 쉽게 철수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이순신의 존재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새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7년 전쟁을 통해 많은 관군의 장군들과 의병대장들이 있었지만 이순신장군에 필적할 만한 영웅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 당시 인정받기 정말 힘든 조정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무장으로서의 1등 공신에 제일 먼저 이순신의 이름이 있었던 것을 보더라도 이순신장군은 당대에서나 후세에 있어서 최고의 영웅 이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희노애락을 느끼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상황이 조금씩 상상이 되면서 슬프거나 억울해서 울기도 하고, 기쁘고 통쾌해서 웃기도 하는 등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았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무거워 들고 다니기 쉽지는 않았지만,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였던 이유는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번쯤 이순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른 책들보다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조용히 권해본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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