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도세자“ 이름은 무수히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정작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것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 부제목이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 같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 책 저자는 과연 사도세자에 대해 어떠한 비밀을 알고 있기에 당당히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보통 장편소설은 서문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자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라는 서문을 소제목과 함께 강하게 이야기하여 인상 깊었다. “길들여진 역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왠지 저자의 울분을 느낄 수 있는 말투가 느껴졌다.

 

「조선 후기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계는, 내 눈에는 지금도 당쟁 중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소설이 다룬 시대에 관한 논저, 드라마, 영화, 서적 등에서 노론 벽파의 시각이 90% 이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p.7)

 

위의 글은 저자가 서문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 한 것으로 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그 때의 역사에 대해 시대가 엄청나게 바뀐 지금도 ‘노론 벽파의 시각이 90% 이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라는 말을 듣고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저자의 말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을 잡으니 씁쓸한 기분이 많이 들어 우울해졌다.

 

역사는 이긴자들의 의해 기록된 것이라 조금 치우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역사는 치우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을 역사를 공부할수록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자고로 역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다양한 시각으로 그 사실을 바라볼 때 그나마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의 역사는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역사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멈춰지지가 않는 것 같다.

 

그런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보니 조금 질서가 잡혀 가는 것 같아 반가웠지만, 이내 사료의 빈약함으로 더 다양한 사도세자의 새로운 기록을 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나마 저자가 소론 온건파의 후손의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였기에 사도세자의 심경에 대해 다른 어떤 책에서의 내용들보다 자세하게 다루었던 것 같아 참 좋았다.

 

사도세자가 아들 이산(정조)에게 했던 여러 대화들이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함께 살펴보겠다.

 

「(정조이산)“노론 대신들이 저도 죽이려 할까요?” (사도세자)“아무렴, 그들이 너도 죽이려 할 것이다. 그러니 발톱을 숨겨라. 아버지는 발톱을 숨기지 않은 죄로 오늘 뒤주에 갇힌 것이다. 이 아버지의 잘못이라면 백성을 위해 뭔가 해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백성 앞에 흉포한 임금이 되어라. 또 당인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처럼 미련스럽게 굴어라. 그러다 보면 단 한칼에 그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들을 죽여라. 임금은 사람 죽이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 아, 사악한 인간은 용서할 가치가 없다는 걸 내가 왜 이제 깨닫는지 모르겠다. 바보처럼 미련하게 굴다가 저들이 나를 업수이 여겨 무사히 왕위에 앉거든, 그때 가서 기회를 보아 가며 저 사악한 당인들을 쳐죽여야 했거늘 이 아버지는 너무 성급했단다. 그러니 너는 바보처럼 굴어라.” (정조이산)“아버지 안 계시면 누굴 믿느냐니까요?” (사도세자)“아무도 믿지 말라. 할바마마는 이미 노론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새로 온 김씨 할마마마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니 더 조심하라. 네 어머니, 모두가 다 지독한 노론이다. 우리 왕실을 망하게 할 사람들이다. 아버지를 죽이라는 자들은 노론 중에서도 벽파라 하고, 아버지를 살리라고 한 시파도 있다. 하지만 너는 시파만 감싸서는 안 된다. 네가 그들을 감싸면 그들은 반드시 죄를 입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이 조정을 장악한 뒤에는 네가 충신이라고 하면 그는 역적이 되고, 네가 역적이라고 하면 그는 충신이 될 것이다. 그들의 적이 되면 없는 죄가 생겨나고, 그들의 친구가 되면 있던 죄도 없어진다. 그러니 사서삼경 따위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오직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해라. 아무도 믿지 말라. 할바마마, 네 어머니에게도 아부를 해야 살아남는다. 네 어머니, 네 외할아버지는 모두 나를 죽이자는 노론 벽파들이다. 아무도 믿지 말라. 또 말한다. 아무도 믿지 말라.”」(p.256~p,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