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박하게 산다 - 느리고 단순한 삶은 어떻게 행복이 되는가
세실 앤드류스 & 완다 우르반스카 엮음, 김은영 옮김 / 오후의책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제목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소박하게 사는 것을 왜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소박’은 그저 ‘검소나 절약’ 이라는 단어와 거의 비슷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박하게 산다는 것은 검소(또는 절약)하게 아끼면서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진 것이 없는 나로서는 검소하게 지내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면서 살아가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하기에 다소 검소라는 단어나 소박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소박함(Simplicity)"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치, 허세, 장식 등이 없는 것; 소박한 삶. 일체의 허위나 속임수가 없는 것; 진정성; 자연스러움; 소박한 태도. 인위적인 장식이나 허세스러운 스타일, 사치가 없는 것; 검소함; 의복의 소박함, 스타일의 소박함, 언어의 소박함; 식단의 소박함; 삶의 소박함. 모호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것; 명확성; 정책의 간결성; 설명이나 시범의 간결함.」(p.19~20)

 

소박함이라는 영어의 뜻이 이렇게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소박이라는 뜻은 어떻게 나와 있는지 여러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보았다. “소박(素朴) :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수수함, 잘 다듬어지지 않거나 복잡하지 않음.” 이것이 그나마 여러 포털사이트 중 가장 자세하게 나와 있던 것이다. 이렇듯 소박함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서 이 책이 단순히 개인만의 이익이나 행복을 위해 소박하게 살아 라는 메시지가 아닌 아주 큰 의미까지 살피면서 왜 소박하게 살아야 되는지 설명하고 있어 놀라움과 함께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박할수록 풍요롭다. 깜짝 놀랄 만한 말이다. “소박함(Simplicity)”이란 것에 대해 수년간 저술하고 사색해 온 이 책의 저자들이 그 의미는 차차 밝혀줄 것이다. 여기 모인 저자들과 사상가들에게 귀 기울이고 있자면 정말 흥미롭다. 이들을 통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박함이야말로 우리 지구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들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의 학대로 인해 그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지경이다. 우리가 ‘더, 더, 더’를 외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해 버리고, 지구를 오염시켜 놓았으며,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야기할 지경에 이르렀다.」(p.7)

 

소박함에 대해 사색하고 연구한 그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이 바로 지구라는 가장 큰 범위의 것을 이야기하여 다소 당황스러웠다. 나의 삶과 지구라는 것을 연결하여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왠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 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소박한 삶이 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마치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여러 연구들을 통해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저자들이 호소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박함은 소수 비주류들의 대안적인 생활방식이 아니다. 소박함은 주류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선진 국가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가치이다. 우리가 하나의 인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국가의 시민들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소박함을 삶의 바탕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소박함은 개인의 선택인 동시에, 문명사회의 선택이어야 하고, 전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에너지 및 교통수단의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지구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면 여전히 우리는 생활방식 및 소비행태에 급진적인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만약 우리가 보다 일할 맛이 나고 의미 있는 미래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필히 “제대로 된, 깊이 있는 소박함”으로 우리의 삶의 보다 고상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p.43)

 

소박함을 꼭 실행해야 되는 국가로 선진국을 이야기할 때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나의 생각은 선진국부터 소박함을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더 작은 단위를 살펴봐도 많이 가진 자가 먼저 소박함을 실천하게 되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소박함을 이야기하는 소극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까지 이야기하여 나로선 적잖은 충격과 도전을 받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 제목을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 독려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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