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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10만부 기념 특별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그 단어는 나를 피해자로 묶이길 바라게 한다.
그 단어는 가해자를 비난하게 한다.
난 내가 이것을 행할 생각이 없다.
그 단어는 더럽지않다. 하지만 우린 '딱지'와 '얼룩'으로 그 단어를 가득 칠한다. 정신질환자의 범법률이 높다고? 이주노동자는 성폭행 위험이 높다고? 통계와 상관없는 믿음이었지만, 사람들은 믿고싶어한다. 사실이길 원할때도 있다. 그래야 그 단어에 사회적 지지를 줄 수 있어서다.
🥞
난 내가 이것을 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둘째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언니만 소중히 해"
나는 아니라고 변론했지만 소용없었다. 서럽게 쥐어짜낸 눈물엔 억울함과 원망, 서운함이 가득했다. 둘째에겐 다름을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이 누리지 못한 관심이, 자신이 누리는 '보통의 일상'보다 더 커 보였고 값진 것이었다. 둘째는 자신에게 오지 않은 그 관심을 원했다.
공정하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고 오만일지도 모른다. 나는 두 아이에게 다른 보살핌을 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공평이라 믿었다. 그 안에서 한 아이가 결핍을 느끼지 않게 끊임없이 보충해주었을 뿐이었다.
두 아이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한다. 허나 두 아이가 같은 사랑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큰 아이는 비건빵만 먹을 수 있다. 둘째 아이는 비건이든 시판이든 모든 빵을 먹을 수 있다. 선택지가 무수한 둘째 아이는 큰 아이의 비건 빵을 탐내선 안되는 걸까? 큰 아이는 자신의 비건빵을 둘째와 나눠먹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해야 할까?
💞
내일도 난 다른 보살핌을 두 딸아이에게 전할 것이다. 여기에 그 단어가 섞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단어가 존재할 필요가 없음다고 두 아이를 가르칠거다. 큰 아이에게 자신만의 비건빵을 갖도록 해줄 것이다. 둘째 아이는 언니의 것을 뺏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다.
난 그 단어를 말하지 않겠다. 온전한 의미를 살려 그 단어를 사용할 자신이 없어서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니것과 내것, 그리고 지켜야할 것과 쟁취해야 할 것이 생겨버린 우리. 사피엔스로 돌아간다면 이 단어는 존재의 가치도 없는 단어일텐데 말이다.
우린 항상 불안해하며 싸우고 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서만 지킬수 있기에. 이젠 불안과 싸웠으면 좋겠다. '뺏긴다'는 감정을 지키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 할 수 있는 이 세계를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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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정한 규칙에 자연의 섭리는 없다. 우리는 '장애'를 능력으로 보지 않는다. _ <이토록 굉장한 세계>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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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찾은 울림을 공유하는 걸 즐기는 이 울림입니다
🫧 이 울림이 오래 이어지기를.... @uz_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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