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의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계획에 실패했다. 다이어리를 사 놓고 막상 쓰지는 않는 것처럼 나는 많은 계획을 세워놓고 실천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실패한 것만 해도 몇 가지인지.

 

나는 영어, 수학, 역사를 마스터(과연 공부에 마스터라는 게 가능한가 의문이지만) 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혹은 죄책감 같은 것이 많이 남은 탓인지 나는 유독 배움에 대해 집착했고 늘 목말라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지적 허영심 또한 넘친다는 것인데 한때 나는 읽지도 않는 책을 책장에 수집하는 일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다 팔아버렸지만. 그렇게 팔아버린 책값만 백만원이 넘는다. 다 읽고 팔았으면 그 책값에 뿌듯하기라도 했으련만..

 

나는 내가 무언가를 유창하게 잘하는 모습만 꿈꾸고 실제로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는 일에는 게을렀다. 그래서 요모양 요꼴이 되었다. 남이 좋다고 하면 덥석 사 두고 실제로 읽지 않은 책이 가득했던 책장을 보면 꼭 나의 내면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서 요즘은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일단 내 수준을 인정하고 내가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책만 사려고 노력한다.

 

요즘 열심히 읽는 책은 이 두 권이다. 뒤집어본 영문법은 팔았다가 다시 산 책이다. 예전에는 별로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별로라고 생각한 이유가 내가 영문법의 기초가 너무 없어서였던 것 같다.

 

리베카 솔닛은 혹시 어렵거나 재미없을까봐 후기가 좋아도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워낙 강추하는 분위기라 사 보았는데 정말 좋다. 아직 반밖에 읽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굉장히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솔직하고 꽉 찬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이 책만큼 다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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