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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프루스트의 작품을 원서로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단 프랑스 사람도 읽기 쉽지 않은 말도 안 되게 복잡한 구문,
서구 소설사에서 손꼽히게 방대한 분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밀도,
달리 프랑스 소설사에서 이론의 여지 없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특유의 구문은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는 10여개의 번역이 있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체의 완역 기획은 몇 안 된다.
출간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김창석 (능성출판사, 정음사, 국일미디어) - 첫 완역 (1970년대)
2. 민희식 (동서문화사) - 완역.(2010)
3. 김희영 (민음사) - 이제 겨우 <스완네 집 쪽으로>만 출간 (2012-)
4. 이형식 (펭귄) - <스완네...>와 <꽃피는...> 출간(2013-)
일단 한 가지 전제할 것은 모든 번역서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오역 없는 번역? 그런 거 없다. 완벽한 번역? 더더욱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문에 대한 충실성, 번역문의 유려함, 최소한의 오역, 이 세 가지 기준일 것이다.
번역이론가로 유명한 발터 벤야민도 생전에 프루스트를 한 권 번역했지만 '독일어로도 안 좋고 오역도 많은' 나쁜 번역으로 평가된다..(벤야민 전공자들은 그걸 이론적으로 합리화하긴 한다)
그러면 한국어 번역본들을 살펴보자.
1. 먼저, 김창석의 번역은 폄하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게 누구이건 원전을 불어로 제대로 안 읽어본 사람이다.
김희영, 김화영 두 프루스트 전문가의 평처럼 김창석의 번역은 굉장히 훌륭하다.
불어구문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고 그러면서도 한국어로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옮겼다.
이후의 모든 번역자들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장이이다. 중간중간 탁월한 번역이 한둘이 아니고 분량을 감안하면 오역이 정말 적다.
문제는 너무 한국어로 만들어서 원문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세대가 세대이다 보니 젊은 독자들이 읽기에는 표현이 너무 낡았다는 것이다.
2. 김희영 번역
- 한국어로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면서도 (불어 원문의 기준에서 봐서) 정확하다. 굉장한 성취이다. 물론 원서를 대조하며 읽다 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지극히 꼼꼼하고 정확한 번역이다.
의심할 나위 없이 현재 최고의 프루스트 번역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현재 페이스로 봐서 2020년은 되어야 완역이 될 것 같다는 것.
3. 이형식 번역
- 중간중간 훌륭한 부분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어정쩡하다. 김희영처럼 세밀하지도 않고 김창석처럼 유려하지도 않다. 나쁜 번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세울 구석이 있지도 않다. 그냥 평범한 수준이다.
4. 그리고 민희식 번역.
- 어찌 되었든 막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고 그만큼 고생하셨을테니 예의상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리라 믿는다.
현재 완간된 것은 김창석과 민희식 두 가지뿐인데 정 끝까지 읽고 싶다면 무조건 김창석을 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