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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평점 :
38세에 죽을 거라는 예언가의 말 때문에 심란하다가 실제로 예언 받은 날 죽은 친구 때문에 더욱 확신을 가진 넬은 38세에 미련없이 죽기 위해 인생을 소통과 여행으로 채운다. 가지 못할 곳에 가보고,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친해지는 성격임에도 자신이 일찍 죽으면 상심할 것을 대비해 모든 관계를 짧게 끊어내는 아픔도 겪는다.
그러나 넬은 죽지 않고 살았고, 예측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우연히 전남친 그렉을 만나 얹혀살게 된 넬은 가족들에게 유언처럼 보냈던 편지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읽은 뒤였고, 엄마를 향한 미안함, 아빠를 향한 원망, 형부의 불륜 폭로를 통해 언니를 도우려는 마음, 우연히 만난 남자와 전남친을 향한 애정 등 모든 감정들이 대상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후였다.
굉장히 당황스럽고 민망한 일이지만(죽지 않았으니), 오히려 그 예언가의 말 덕분에 넬은 38세까지 후회없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물론 남겨진 가족들의 그리움을 생각하면 30세까지인게 더 좋지 않았나 싶지만, 어쨌든 마음이 단단해지고 생존력이 강해진 상태로 돌아온 넬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면서 또다른 인연을 만들어낸다.
시한부 선고를 받지 않은 이상, 우리는 모두 죽을 날을 예상하지 못한다. 오늘을,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내야 후회가 없을까? 열심히 돈을 벌다가도 갑자기 죽을 수 있고, 일찍 죽을거라 예상해 욜로 라이프를 즐겨도 예상보다 오래 살면 마찬가지로 난감하다. 나의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지, 후회없이 살 수 있게 만드는/내가 잘하는 건 무엇인지 알아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슴으로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