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2024 세종도서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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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편견 중, '읽는 행위'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책을 보면 문장을 읽고 해석하고,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고나 질병 등 뇌손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문맹인이 된 경우가 굉장히 많으며, 자폐증이나 난독증처럼 처음부터 글에 대한 접근이 다른 경우도 많다. 우리는 눈으로 글자를 따라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필사하며 동시에 읽거나 손등에 글자를 적어가며 읽는 등 꽤나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어는 읽히지만 문장은 읽히지 않고, 긴 단어는 읽히지만 짧은 단어는 못 읽는 등 생각보다 증상이 다양했고, 공통적으로는 의지와 훈련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읽기능력을 회복하지만 속도가 느려져 다시는 예전과 같은 속도와 해석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장애라는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는데, 단순히 팔 다리가 기능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문해력이 사라진다는 것 또한 일상생활 (간판, 안내문, 계약서 등을 읽는) 자체가 붕괴된다는 점에서 기능의 상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읽기는 정신, 정서,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난독증은 문맹사회에 글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튀기 시작했고, 난독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굴욕감, 수치심, 폭력을 안겨주면서 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된다. 책을 잘 읽는다고 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해석 없이 정말 '읽기'만 가능한 사람도 있다. 이것을 주변에서 알아차렸을 때 바보 취급을 받는다. 공감각자의 사례도 흥미로웠다. 글자에 색이 입혀져 보이거나 패턴이 얹어지는 그 세상은 아름다우면서도 흔치 않기 때문에 숨겨야 하는 능력이 되어버렸다.

작가는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정신에서 행위로 뻗어나가는 그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다양성 또한 이해되고 존중받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혹시 내 주변에 독특한 방식으로 읽는 사람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들은 읽기 위해 매 순간을 어떻게 잘 읽을지 연구하고 고군분투하는 투쟁의 대표자들이다.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는 시점이 올 때까지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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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양장본)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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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요약과 각색을 통해 우리들에게는 정제된 부분만 알려졌던 동화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철학적이고 때로는 잔혹하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언어 교육도 잘 되지 않았고 그래서 연극배우의 꿈은 포기했다. 대신 글솜씨가 좋아 소설부터 시작해 우리에게 알려진 동화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냈고, 말년에는 국왕이 장례식에 참석할 정도로 문학의 대가가 되어 떠난다.


안데르센은 동화만 알았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양성애자였고 이성애자였던 주변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차임을 반복하며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안목 없는 선생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글에 대한 악평을 듣기도 했다(과한 악평이긴 했다). 그래서 그의 동화에는 그의 상처, 아쉬움, 그리움, 사회를 향한 그의 시선이 깊숙히 녹아들어있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담아낸 인어공주가 대표적이고, 그가 잘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모성애가 적용된 작품도 있다. 


'인생 그 자체가 훌륭한 동화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는 인생을 동화로 만들었고 우리는 그의 동화를 보며 울고 웃는다. 물론 원작의 잔혹한 묘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그 또한 그의 삶이 쉽지 않았고 그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을 가장 적은 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은 '동화 읽기'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정제된 글에서 벗어나 진짜 안데르센의 인생과 그의 원작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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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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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SF 소설 '청혼'에서는 두 시간대의 격돌이 일어난다. 작가의 포커싱은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 거리에서 - 막막한 우주에서 - '너'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독자의 관점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다. 청혼이라는 단어를 연상할 에피소드가 존재하긴 했지만 나에게는 이 우주 전쟁의 개념이 시간을 건너온 또 다른 나, 거울에 주먹질을 하는 기분이라는 점에 더 집중이 된다. 


주인공의 상관은 대부분이 비꼬고 까칠한 것 같은 말투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분석해 시간계의 격돌임을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다. 거기에 주인공의 청혼을 위해 주인공 없이 기함을 운전하기까지 한다. 쿨한 척 하면서도 결국은 각자 지켜낼 것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애가 느껴져서 좋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워즈가 너무나 방대하면서도 행성간 스토리 연결성이 대단한 대작이라면, 배명훈의 소설은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집약적으로 우주전쟁이 일어나는 시대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덕분에 조금만 틀어지거나 명분이 부족해도 산으로 갈 수 있는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게 잡혀 안정감을 기반으로 한 혼돈 폭풍을 만들어낸다.


그의 다른 SF작품들도 기대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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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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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어느 때는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는 풋풋한 분위기와 화도 나고 가끔은 후회하고 마음이 풀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연령층의 청소년 인물들을 통해 담아낸다. 인상깊었던 것은 어린아이들의 질투심과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해지는 우정을 다룬 에피소드. 조그만 머릿속에서 어찌나 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치는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작가의 이 단편 모음이 인상깊은 이유는 글을 읽으면서 각 장면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 굳이 말로 하진 않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머리를 땋음으로써 마음을 고백하고, 자기와 같은 머리를 한 친구에게 위기의식을 느끼며, 그 와중에 아이의 마음을 읽고 다른 사람이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을 조사해온 이모. 사실적인 묘사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할 법한 상황들이 만들어지는데, 어쩌면 열심히 덕질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고백을 하기도, 받기도 한다. 꼭 언어적인 것이 아니어도, 연인을 향한 것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든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표현법에 대한 시각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고백은 때로는 의미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고백하는 사람이 자신이 표현을 했음에 만족한다면 이보다 마음이 더 충만해질 수 있을까? 인물들의 속마음을 들어보며 여러 이야기 속 감정에 발을 디디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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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양장 특별판)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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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익숙한 고전 화가들이 대부분 남유럽, 북유럽 출신이라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은 조금 생소한 편이다.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도 이번에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가 다작한 덕분에 정말 많은 양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의 특징인 가족적인 주제와 수채화 그림의 매력이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 보는 그림들은 꾸덕한 유화들이 많은데, 수채화로 풍경과 사람을 표현하는 그의 방식이 참 맑고 따뜻해서 좋았다.

빈민가에서 힘겹게 자랐던 그는 어머니의 헌신 덕에 화가로써의 적성을 찾을 수 있었고 자신을 지지하는, 예술적 영혼의 동반자인 카린을 아내로 맞이해(그 또한 뛰어난 섬유공예 아티스트였다) 예술활동을 지속했다. 질병이나 환경 등을 이유로 몇몇 자식들을 잃었지만, 남은 자식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리며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것이 다른 그림보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유독 화사함이 느껴지는 이유일까? 다른 그림보다 아이들을 담아낸 그림에서 그가 가족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스웨덴 작가들의 컬렉션이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 책 덕분에 전시 관람 전 예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칼 라르손이 빚어내는 푸르름 속 따스함을 실물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관람한 이후에 나중에 별도 게시물로 다룰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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