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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양장본)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평점 :
번역과 요약과 각색을 통해 우리들에게는 정제된 부분만 알려졌던 동화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철학적이고 때로는 잔혹하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언어 교육도 잘 되지 않았고 그래서 연극배우의 꿈은 포기했다. 대신 글솜씨가 좋아 소설부터 시작해 우리에게 알려진 동화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냈고, 말년에는 국왕이 장례식에 참석할 정도로 문학의 대가가 되어 떠난다.
안데르센은 동화만 알았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양성애자였고 이성애자였던 주변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차임을 반복하며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안목 없는 선생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글에 대한 악평을 듣기도 했다(과한 악평이긴 했다). 그래서 그의 동화에는 그의 상처, 아쉬움, 그리움, 사회를 향한 그의 시선이 깊숙히 녹아들어있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담아낸 인어공주가 대표적이고, 그가 잘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모성애가 적용된 작품도 있다.
'인생 그 자체가 훌륭한 동화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는 인생을 동화로 만들었고 우리는 그의 동화를 보며 울고 웃는다. 물론 원작의 잔혹한 묘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그 또한 그의 삶이 쉽지 않았고 그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을 가장 적은 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은 '동화 읽기'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정제된 글에서 벗어나 진짜 안데르센의 인생과 그의 원작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