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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배명훈의 SF 소설 '청혼'에서는 두 시간대의 격돌이 일어난다. 작가의 포커싱은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 거리에서 - 막막한 우주에서 - '너'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독자의 관점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다. 청혼이라는 단어를 연상할 에피소드가 존재하긴 했지만 나에게는 이 우주 전쟁의 개념이 시간을 건너온 또 다른 나, 거울에 주먹질을 하는 기분이라는 점에 더 집중이 된다.
주인공의 상관은 대부분이 비꼬고 까칠한 것 같은 말투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분석해 시간계의 격돌임을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다. 거기에 주인공의 청혼을 위해 주인공 없이 기함을 운전하기까지 한다. 쿨한 척 하면서도 결국은 각자 지켜낼 것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애가 느껴져서 좋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워즈가 너무나 방대하면서도 행성간 스토리 연결성이 대단한 대작이라면, 배명훈의 소설은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집약적으로 우주전쟁이 일어나는 시대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덕분에 조금만 틀어지거나 명분이 부족해도 산으로 갈 수 있는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게 잡혀 안정감을 기반으로 한 혼돈 폭풍을 만들어낸다.
그의 다른 SF작품들도 기대하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