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문장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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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설비서관과 도청, 시청 미디어 담당자로 지내면서 묵묵히 써 내려간 100편의 글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은 어떤 글을 쓰는지, 깔끔하고 수준 높은 글을 기대했다. 



많은 글 중에 나는 유독 이 글에 눈이 갔다. ' 약속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해서 느긋하게 책도 읽고 쉬면서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내가 일찍 도착했다는 이유로 정각에 온 사람을 탓하면 안 된다. 혹여나 그 사람이 몇 분 늦어서 나에게는 40분을 기다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그건 나의 선택이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 남편을 배려한다고 집안일을 하고는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를 보고 토라질 때가 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해서 수고를 했고, 그런 수고로 얻은 결과는 보람이다. 스스로 보람 있게 느끼면 되는데, 그걸 상대가 알아줘야 하고 모르면 서운해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배려는 배려로 끝나야 한다. 성경에도 보면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작은 일상에서 찾은 꼭지를 시처럼 잘 적은 글이다. 정치적 색깔만 좀 덜어냈더라면 읽는 데 불편하진 않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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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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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에세이인가? 한 마디로 이보다 더 사소할 수는 없다. 잠깐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아무에게도 밝히지 못한 저자만의 조용하고 은밀한 일기를 묶은 책이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할 정도로 소소했고, 내가 쓰고 있던 번역 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새벽에 상사의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직장 생활의 회의감이 제대로 들었다. 택시도 안 잡히는 이 시간에 내가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생각에 퇴사를 했다. 에디터로 살았으니 그대로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으나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프리랜서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겉보기엔 프리해 보이지만 사실상 매일 같이 불안감과 싸워야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티가 안 난다. 언제 연락해도 받아야 할 것 같고, 느긋하게 집에 있으면서 뭐 그리 바쁜 척하냐고 보일 수도 있다. 과연 직장인보다 덜 바쁘고 느긋할까?


'일 때문에'는 어디에나 잘 써먹을 수 있는 핑계다. 저자는 장례식에 가서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 핑계를 써먹었다. 이 부분에 나도 격하게 공감됐다.  이런 핑계라면 누구든 이해해 줄 테니까. 프리랜서가 뭐가 바빠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니까. 적어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부드럽고 우아하게 거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프리랜서로 살던 저자는 이 책 말미에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500일 만에 회사로 돌아갔다면 나랑 비슷한 기간 동안 프리랜서로 살았다. 그동안 에디터의 장점을 살려서 책 한 권 냈으니 그래도 잘하신 것 같다. 다시 직장인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나 동기도 궁금하지만 거기까진 담지 않았다.  소소하지만 공감 갔던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리는 프리랜서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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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
마셜 시걸 지음, 조성봉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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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왜 이제서야 나온 건지, 진심 아쉽다. 이 책만 읽었더라면 내 청년 시절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저자가 처음에 언급했듯이 나는 하나님보다 남자친구를 우상처럼 좋아했고 아꼈다. 남자친구의 사랑으로 내 공허함이 채워진다고 생각했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다고 부추기는 미디어의 유혹에 그대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내 연애가 크리스천다운,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뻐하는 연애였을까? 분명 크리스천을 만나겠다고 교회에서 교제했고, 예배도 같이 출석했지만 우리 중심에는 하나님의 사람다움이 없었다. 겉보기엔 거룩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부부로서 누려야 할 친밀감을 미리 맛봤고, 그로 인해 헤어질 때마다 뼈를 깎는 듯한 후유증도 남겼다. 정말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내 마음과 눈은 누군가를 계속 갈망했고 찾아헤맸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이 정말 주옥같다. 그렇게 살지 않았어야 한다고. 결혼으로 누려야 할 친밀감은 신랑되신 예수님과 함께하는 천국의 행복을 미리 이 땅에서 체험하는 것이며, 배우자만 누릴 수 있는 감정과 공간이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셨다. 그럼 청년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나님을 더 사모하고 그 분과 가까워지면서 내 마음의 빈자리를 그 분으로 온전히 채우는 시간이다. 세상에 물들지 않고 정결하고 깨끗하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창조의 질서를 따라 지으신 그대로 하나님이 만나게 하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다. 조급하거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은 알맞은 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경험을 하게 하시고, 그 과정이 결국 결혼 생활에도 도움이 되게 하실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런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이 있기에 이 책이 더 와닿았을 수도 있다. 정말 주위에 있는 결혼하지 않은 자매와 형제의 생일 선물로 꼭 주고 싶은 1순위 선물이다. 



 나와 같은 아쉬움이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직 미혼인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이미 결혼한 나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남편과 같이 읽고 우리의 결혼을 인도하신 하나님을 더 묵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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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자유를 선포하다 - 종교개혁의 위대한 서신, 갈라디아서 해설
D. A. 카슨 외 지음, 전의우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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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온라인만 붙들고 신앙생활하려니 참 힘들다. 기존에 하던 성경공부나 소그룹 모임도 어려워졌고, 주일 예배도 스스로 자세를 정돈하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금세 딴 생각을 하기 쉽다. 환경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많이 했다. 익숙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신앙 생활의 근간이 흔들리니 내 삶 전체가 요동치는 걸 경험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8개월 쯤 지나자 편리함을 쫓아 온라인 예배도 적응이 됐고 자연스러워졌다. 여느 강의 듣듯이 예배를 대하는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 



 <복음, 자유를 선포하다>는 복음 연합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참여했던 아홉 명의 신학자가 갈라디아서를 중심으로 기독교의 본질과 핵심 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기독교의 핵심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것도 내 능력이 아니고, 오직 십자가 오직 은혜다. 죄악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고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셨다. 이것은 시대가 변한다고 바뀌는 게 아닌 진리다. 굳게 믿어야 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진리다. 나의 능력으로 된 것이라면, 세상에 자랑하겠지만 내가 자랑할 것은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 밖에 없다는 바울의 고백처럼 예수님이 내일 오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우리가 붙들거야 할 것은 바울의 이름 고백 뿐이다. 


 갈라디아서 강해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컨퍼런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첫 장의 갈라디아서 개요 설명부터 한 장 한 장 신학자의 설명을 보다보면, 성경이 훨씬 입체적이고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성경을 고리따분하고 2000년 전에 쓰여진 고서가 아니라,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져서 지금도 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사람의 입을 통해 말씀하실 때도 있지만,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진리는 오직 성경이다. 



 코로나 시대에 흔들리고 시들해진 내 신앙에 다시 불을 지펴준 책을 만나서 참 감사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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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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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배우이자 작가의 책을 글글글 필사 스터디 때 처음 접했다. 글쓰기에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읽고 필사해야 하는 필독서이자 길잡이로 완벽한 책이었다. 깔끔하고 쉽게 쓰인 글쓰기 책은 처음이었기에 명로진 작가님의 책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른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하던 찰나, <동백어 필 무렵>이라는 책이 나온 걸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바로 서평단에 신청했다.



제목에서도 티가 나듯이 이 책은 25편의 명 드라마를 보고 배우였던 작가님의 생각이 담긴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동백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허준> <응답하라 1988> <미생> 등 다양한 작품이 담겼다. 이 중에서 내가 봤던 드라마는 1/3 정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았던 내용은 <대장금>과 <시그널>이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각이 정말 참신했다. "홍시 맛"을 유행시킨 드라마 대장금을 학생 시절에 봐서 그런가 모든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극 중 장금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는 기억난다. 여기저기서 시기하고 모함하는 바람에 수라간에서 의녀가 되고 거기서도 꿋꿋하게 일어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면서도 그 속에 얽힌 배후를 풀어내는 과정이 어린 나이에도 소름이 끼쳤다.


지금 이 시대로 빗대자면 아주 유명한 5성급 호텔의 셰프가 되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모함으로 그 자리를 뺏기고 무얼 할까 방황하다가 의사고시를 쳐서 의사가 되어 그 호텔에 주치의로 다시 들어오는 느낌이다.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전문성이 필요하고, 둘 다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직업이다. 나 같았으면 어디 시골에서 주막 같은 거나 차리고 안주하고 살았을 텐데, 장금이는 억울하게 죽은 누명을 풀어야 한다는 이유로 더 노력했을 것이다. 그저 안정적으로 별 탈 없이 살고자 했던 나에게 번뜩이는 생각을 불어넣는 대목이다.



<시그널>은 수사물을 절대 못 보는 사람이 주위에 극찬을 하고 다닐 정도로 내 인생 탑 오브 탑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도 드라마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고, 이 정도 퀄리티라면 해외 수출도 거뜬하겠다고 여겼다. 배우 한 명 한 명의 독보적인 연기력과 상황적 몰입도 덕분에 드라마를 끊지 못하고 연달아 1박 2일 동안 볼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너무 무섭고 생생했던 장면 때문에 도저히 용기가 안 났는데 책으로 살짝 기억을 되살리니까 너무 행복했다. 역시 작가님도 김혜수 씨의 연기는 극찬을 하시는구나. 역할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셨고, 시그널에서는 시크하지만 마음이 여린 순경 역할이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작가님이 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최근에 있었던 국감에서도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실 그 자체를 보고 싶지만, 과거에는 같은 편이었던 사람을 몰아붙이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편을 나누고 싸운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요즘 상담 전화를 걸면 나오는 멘트처럼 그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나는 안 그래'라는 자만에서 비롯된 자기 성찰 부족, 남을 끌어내리고 자신을 띄우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이었나. 이 드라마처럼 과거의 누군가가 지금의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또는 미래의 누군가가 우리에게 지금 이대로 가도 되는 건지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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