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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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에세이인가? 한 마디로 이보다 더 사소할 수는 없다. 잠깐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아무에게도 밝히지 못한 저자만의 조용하고 은밀한 일기를 묶은 책이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할 정도로 소소했고, 내가 쓰고 있던 번역 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새벽에 상사의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직장 생활의 회의감이 제대로 들었다. 택시도 안 잡히는 이 시간에 내가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생각에 퇴사를 했다. 에디터로 살았으니 그대로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으나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프리랜서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겉보기엔 프리해 보이지만 사실상 매일 같이 불안감과 싸워야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티가 안 난다. 언제 연락해도 받아야 할 것 같고, 느긋하게 집에 있으면서 뭐 그리 바쁜 척하냐고 보일 수도 있다. 과연 직장인보다 덜 바쁘고 느긋할까?


'일 때문에'는 어디에나 잘 써먹을 수 있는 핑계다. 저자는 장례식에 가서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 핑계를 써먹었다. 이 부분에 나도 격하게 공감됐다.  이런 핑계라면 누구든 이해해 줄 테니까. 프리랜서가 뭐가 바빠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니까. 적어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부드럽고 우아하게 거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프리랜서로 살던 저자는 이 책 말미에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500일 만에 회사로 돌아갔다면 나랑 비슷한 기간 동안 프리랜서로 살았다. 그동안 에디터의 장점을 살려서 책 한 권 냈으니 그래도 잘하신 것 같다. 다시 직장인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나 동기도 궁금하지만 거기까진 담지 않았다.  소소하지만 공감 갔던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리는 프리랜서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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