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로 빗대자면 아주 유명한 5성급 호텔의 셰프가 되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모함으로 그 자리를 뺏기고 무얼 할까 방황하다가 의사고시를 쳐서 의사가 되어 그 호텔에 주치의로 다시 들어오는 느낌이다.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전문성이 필요하고, 둘 다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직업이다. 나 같았으면 어디 시골에서 주막 같은 거나 차리고 안주하고 살았을 텐데, 장금이는 억울하게 죽은 누명을 풀어야 한다는 이유로 더 노력했을 것이다. 그저 안정적으로 별 탈 없이 살고자 했던 나에게 번뜩이는 생각을 불어넣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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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은 수사물을 절대 못 보는 사람이 주위에 극찬을 하고 다닐 정도로 내 인생 탑 오브 탑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도 드라마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고, 이 정도 퀄리티라면 해외 수출도 거뜬하겠다고 여겼다. 배우 한 명 한 명의 독보적인 연기력과 상황적 몰입도 덕분에 드라마를 끊지 못하고 연달아 1박 2일 동안 볼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너무 무섭고 생생했던 장면 때문에 도저히 용기가 안 났는데 책으로 살짝 기억을 되살리니까 너무 행복했다. 역시 작가님도 김혜수 씨의 연기는 극찬을 하시는구나. 역할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셨고, 시그널에서는 시크하지만 마음이 여린 순경 역할이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