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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세트 - 전3권 ㅣ 펭귄클래식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제인에어. 어릴적부터 책 좀 읽는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법한 소설이지만 난 서른살이 된 지금에서야 읽었다. 어렴풋이 내용만 알고있을 뿐 자세한 내막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기에 모임을 통해서 살럿 브론테를 만나고 숙제처럼 미뤄왔던 소설 '제인에어'를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느낀건 조금더 순수할때,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 읽었다면 어쩌면 더 감정적으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었을텐데 하는. 다른 핑계 다 덮어두고 나의 닳아빠진 감성은 제인에어의 삶은 어쩐지 답답하고 융통성없는 답답한 구식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힘든 삶을 먼길로 돌아가며 더 힘들게 사는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고아라고 해서, 그녀가 신데렐라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녀를 동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불리했지만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존감으로 거침없이 운명에 대응했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제인에어. 화려하진 않아도 오랫동안 은은하게 빛 날거 같은 느낌이랄까.
"아가씨 운명은 아직 분명하지 않아. 아가씨의 얼굴울 자세히 보니 얼굴 생김새 각각의 특징이 서로 모순되고 있어. 운명의 여신이 아가씨에게 어느 정도 행복을 할당해 주긴 했어. 그건 내가 알아. 오늘 저녁 이곳에 오긴 전부터 알고 있었어. 여신이 그걸 아가씨 한쪽 편에 살그머니 내려놓는 거지. 그녀가 그러는 걸 내가 봤어. 손을 뻗어 그걸 잡는 건 아가씨 본인에게 달려 있어. 하지만 과연 아가씨가 그런 일을 할지 말지 여부를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는 거야.
p_375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그 운명을 힘겹게 싸워내는 힘이다. 제인에어가 계급이 다른 로체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제인에어는 절대로 신데렐라가 될 수 없었다는 점, 나쁜남자 로체스터에게는 비밀이 너무 많았다는 점. 끝내 둘은 사랑을 이룰수 없었다는 게 그녀가 가진 태생의 운명이다. 이런 제인에어가 힘겹게 사랑을 이뤄냈다고 하지만 로체스터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평생 제인에어의 얼굴조차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제인에어가 운명을 거스른 댓가는 너무 크고 잔인하다.
이 소설이 쓰여진 19세기 영국은 봉건적이고 보수적이여서 여자들은 지적인 소양보다는 얌전히 교양을 쌓다가 나이들어 좋은남자 만나 결혼하면 모든게 해피엔딩이라는 식의, 더군다나 철저한 계급사회로 태어날때부터 운명이라는건 정해져있어 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당시 살럿브론테는 1824년, 언니들과 [폭풍의 언덕]의 작가인 동생 에밀리 브론테와 함께 코오원 브리지 사립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그곳의 엄격한 규율과 볼품 없는 식사로 두 명의 언니를 잃게되는데 이 사건은 제인에어가 소설에서 기숙학교 로우드로 들어가 힘겹게 살아가며 유일했던 친구를 잃는 장면에서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제인에어가 학교를 졸업한 뒤 손필드에서 계급이 다른 주인 로체스터를 만나 슬픈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실제로 살럿브론테가 기숙생활을 할때 교장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에게 이미 아내가 있었기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내용이 비슷하게 묘사되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해야 했던 작가의 삶이 안타깝지만 그녀의 대표작 제인에어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