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ㅣ 펭귄클래식 6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옮김 / 펭귄클래식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셀로 셰익스피어 펭귄클래식 2011년 7월 29일 고전모임을 시작하면서 내 독서량이 얼마나 저조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유명한 작품은 죄다 사다놓고 항상 책꽂이에서 언제 읽어줄거냐며 그냥 그렇게 서로 눈싸움만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나하고 셰익스피어 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펭귄클래식의 번역이 잘 되었던건지 문체가 생각보다 옛스럽지 않고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전개되어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4대 비극을 차례대로 다 읽어봐야 겠다. 일단 오셀로를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의외로 이아고의 비중이 높았다, 라는 것이다. 책의 제목을 오셀로가 아닌 이아고라 지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아고의 역할이 컸는데 정말이지 이간질의 종결자라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강인하지만 단순하며 무어인인 오셀로와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 멍청하지만 돈 많은 로더리고(역시나 나중엔 이아고에게 다 빼앗기고 죽음을 맞는), 밋밋한 캐시오와 그들 모두를 조종하는 이아고까지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 않지만 개성이 뚜렷하다. 이 작품은 이아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이 작품은 한 사람의 탐욕으로 시작해서 오셀로의 질투 그리고 마지막 복수까지 이어지는 3종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오셀로가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토리의 구조가 신선하지 않았던 이유는 헐리우드를 비롯하여 한국영화 수많은 드라마들이 이런 골격을 기본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뒤늦게 오셀로를 접한 나에겐 어디선가 많이 접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트로이]였다. 두 작품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데 오셀로도 그렇게 단순히 겉으로만 본다면 이 모든 일이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집착이며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파리스에게 자신의 아내 헬레나를 빼앗긴 아가멤논이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죽게 하는 일(훈남 헥토르가 죽었다;;;)이나 이간질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내를 목졸라 죽이는 오셀로는 상황만 다르지 동일 인물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극 중에서 같은 행동을 한다.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상황을 본다고 그토록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세상을 다 줄 것만 같이 데스데모나를 이아고의 말만 듣고 죽이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라는 하나의 인물을 사랑했던게 아니라 누구나 아름답다 칭송하는 한 여인을 소유했던것 같다. 그래서 사랑하는 데스데모나가 떠났다는 슬픔 보다는 아내를 캐시오에게 빼았겼다는 자존심이 모든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면 잡을 순 있겠지만 그 사랑이 끝난거라면 그냥 놓아주고 행복을 빌어 주는게 사랑이라 생각한다. 작품이 끝으로 가면서 좀 아쉬웠던 것은 데스데모나가 캐시오를 다시 부관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면이 너무 과하게 나왔는데 뭐랄까 좀 극을 끝으로 치닫게 하기 위해서 셰익스피어가 무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사실 좀 답답할정도로 낙무가내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가장 돋보였던 이아고의 탐욕이 생생하게 묘사가 되는데 그보다 인종이 다른 무어인으로써의 오셀로의 고뇌가 좀 더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고전 작품에서 제목으로 쓰여진 오셀로보다 좀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조연?이라고 생각하니 그 점도 조금 재미있었다. 다른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에 등장하는 여자인물들은 너무 순종적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사실 불만이 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대적 배경이라는게 있으니 어쨌든 속좁은 남편 잘못만난 데스데모나의 최후는 정말 비극 그 자체다. 하지만 고전 중의 고전 답지 않게 쉽게 읽혀서 좋았고 최근에 접했던 작품들 중에서 몰입도가 가장 좋았다. 어려울것만 같았던 오셀로를 이렇게 끝내고나니 니체의 책을 읽었을때처럼 묘한 쾌감이 있었다. 이제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도 흔쾌히 집어 들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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