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간들
로렌 소르레 지음, 디파스칼 브노아 외 옮김 / 디이니셔티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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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쌍둥이 일러스트레이터 로렌 소르레 그리고 아가트 소스레 그림 에세이 두 권을 받았다. 먼저 읽은 이 책은 로렌 소르레의 <사랑의 시간들>.

"키스하고, 안아주고, 서로 바라보고, 산책하고, 요리하고...... 이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책 안의 연인(인간, 고양이와 강아지, 그리고 비둘기들도)들은 어디에서나 꼭 붙어서 사랑을 느끼고 있다. 벤치에서, 침대에서, 물 속에서, 우산 속에서도.

둥근 선으로 그러진 사람들의 미소를 계속 들여다 보면서 책장을 넘기니 눈 내리기 전 날의 어둑어둑한 날씨에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 일러스트도 참 예쁘다.

책을 보다가 방에 있는 남편에게 가서 "안아줘야해!"하고 포옹을 받고 오게 만든 이 책을 연인들의 기념일 선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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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모르는 아이 - 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
구로카와 쇼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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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다른 양육시설이나 병동으로 옮겨진 아이들의 '그 후'를 살펴본 여정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패밀리홈(양육자의 주거에서 5~6명의 보호 아동을 돌보는 가정 위탁 사업)을 찾아가서 위탁 부모와 아동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린 시절의 학대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몸도 바꾸어 놓는다. 위탁 부모는 언제 맞을 지 몰라 늘 배에 힘을 주고 다녔다는 아이, 해리 증상으로 몇 시간이고 얼음이 되어버리는 아이, 먹어본 음식의 종류가 적어서 심한 편식을 가진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가족이 되어준다.

아이들의 가정 위탁은 서로에게 쉽지 않다. 아이들은 감정 빈곤과 경험 부족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힘들 뿐더러 환청에 시달리거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친부모의 변덕에 부모의 품에 돌아가려던 유일한 꿈이 좌절되면 아이는 더 이상 마음 둘 데 없어 사회성을 잃어간다.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성인이 된 사오리를 만난다. 어린 시절 버림받아 여러 학대를 당했던 사오리의 경험은 큰 딸을 향한 폭언과 폭력으로 표출이 되고 아이들은 긴급 보호 조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부모와는 다르게 학대의 연쇄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어서 슬픔과 동시에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위탁 부모 또한 성자가 아닌지라 때로는 화도 내고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한결같이 품을 내어주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났다.

몇 년 전에 아동학대로 별이 된 아이들에 대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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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음, 김은하 옮김 / 망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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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 29일, 40대의 두 여성이 잇달아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내려 동반 자살을 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였고 한 맨션에서 동거 중이었다.>

작가 온다 리쿠가 20대였을 때 읽었던 이 짧은 기사는 오랜 세월 작가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가는 두 사람에게 T와 M이라는 이름을 주고 그들의 마지막을 그려본다.

소설 속에는 0, (1), 1이라는 소제목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작가 온다 리쿠의 입장에서 신문 기사를 소설로 써가는 0, 작가가 소설을 연극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해나가는 (1), T와 M의 입장에서 그들이 삶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인 1.

작가는 T와 M의 이야기를 90년대의 사회 속에서 상상해본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기에 결혼을 서둘렀으나 다시 돌아온 일, 나이 탓에 연하 남자친구의 부모님 마음에 들지 못한 일, 동거를 하다가 누군가 애인이 생기면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것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때로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을 괜히 소설로 불러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죄책감도 느끼고, 때로는 절망에서 삶을 끝내기로 한 익명의 두 여성을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고픈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두 입장 사이에서 흔들렸으나 작가가 상상한 T와 M의 마지막 모습에서 서로가 큰 위안이 되어주는 따뜻함, 그리고 삶의 마지막 날에 함께 길을 떠나는 둘의 모습에서 '이 정도면 그럭저럭 되었다'싶은 만족감도 느꼈다. 슬픔만을 예상한 소설에서 작은 슬픔과 소소한 행복을 동시에 느끼며 마무리되어 나의 마음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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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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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예술가 리사 아이사토의 95컷의 일러스트에 담긴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아이가 노인이 되어가는 삶의 과정을 눈 앞에 보여준다. 커다랗고 묵직한 양장에 꽉 차있는 다채로운 그림들, 간결하지만 삶의 순간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는 글들을 감상하며 200쪽에 달하는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삶의 끝에서 이렇게 사랑을 느끼기를..'하고 바라게 된다.

<삶의 모든 색>은 제목처럼 예쁘고 밝은 색만이 아닌, 힘들고 어두운 색도 담고 있다. 우리는 불공평함과 싸우기도 하고 내가 찾았던 것을 잃기도 한다. 사람들은 떠나가고 스스로 자초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고 기억은 점차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되돌아보며 삶의 순간마다 '나는 사랑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삶을 담고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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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하지 마라 - 논문 읽어주는 유튜버, 품격있는 성형(成形)에 대해 말하다.
이원 지음 / 엔파인더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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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5년째 성형외과를 운영하며, 끊임 없는 연구로 과학적 근거를 전달하는 유튜버(논문공장)이기도 하다. 40여편의 논문을 쓰며 연구하는 성형외과 의사인 그는 현혹되기 쉬운 광고와 낮은 가격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기에 성형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의학적인 용어가 난무하는, 또는 무조건 성형을 금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000처럼 해주세요'와 같이 주관적이지 못한 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최소한의 성형을 권라는 의사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의사로서 하지 않기를 바라는 성형이나 시술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 들어있다. 오랫동안 한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해주지 않는 것이 있고, 언제나 환자 앞에서 '앞에 앉은 환자가 내 딸이라면 이 성형을 권할까?(p.201)'를 생각하며 결정을 내린다는 말이 참 좋았다.

성형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끝부분에 있는 'Tip. 성형외과 pick 하기'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성형을 이미 했는데 재수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형 재수술, 이렇게 하라'가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성형외과에 가보지 못한 자연인으로서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성형외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는데, 책의 후반에 40대, 5-60대에 추천하는 시술들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성형에 대한 정보 외에도 환자를 위해, 자신을 위해 시간을 쪼개서 연구실을 찾는 저자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한 '의사는 돈을 그렇게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끊임없는 경계하는 삶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성형'보다 '성형외과의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기에도 좋은 책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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