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모르는 아이 - 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
구로카와 쇼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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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다른 양육시설이나 병동으로 옮겨진 아이들의 '그 후'를 살펴본 여정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패밀리홈(양육자의 주거에서 5~6명의 보호 아동을 돌보는 가정 위탁 사업)을 찾아가서 위탁 부모와 아동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린 시절의 학대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몸도 바꾸어 놓는다. 위탁 부모는 언제 맞을 지 몰라 늘 배에 힘을 주고 다녔다는 아이, 해리 증상으로 몇 시간이고 얼음이 되어버리는 아이, 먹어본 음식의 종류가 적어서 심한 편식을 가진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가족이 되어준다.

아이들의 가정 위탁은 서로에게 쉽지 않다. 아이들은 감정 빈곤과 경험 부족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힘들 뿐더러 환청에 시달리거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친부모의 변덕에 부모의 품에 돌아가려던 유일한 꿈이 좌절되면 아이는 더 이상 마음 둘 데 없어 사회성을 잃어간다.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성인이 된 사오리를 만난다. 어린 시절 버림받아 여러 학대를 당했던 사오리의 경험은 큰 딸을 향한 폭언과 폭력으로 표출이 되고 아이들은 긴급 보호 조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부모와는 다르게 학대의 연쇄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어서 슬픔과 동시에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위탁 부모 또한 성자가 아닌지라 때로는 화도 내고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한결같이 품을 내어주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났다.

몇 년 전에 아동학대로 별이 된 아이들에 대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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