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다른 양육시설이나 병동으로 옮겨진 아이들의 '그 후'를 살펴본 여정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패밀리홈(양육자의 주거에서 5~6명의 보호 아동을 돌보는 가정 위탁 사업)을 찾아가서 위탁 부모와 아동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 어린 시절의 학대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몸도 바꾸어 놓는다. 위탁 부모는 언제 맞을 지 몰라 늘 배에 힘을 주고 다녔다는 아이, 해리 증상으로 몇 시간이고 얼음이 되어버리는 아이, 먹어본 음식의 종류가 적어서 심한 편식을 가진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가족이 되어준다. ⠀ 아이들의 가정 위탁은 서로에게 쉽지 않다. 아이들은 감정 빈곤과 경험 부족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힘들 뿐더러 환청에 시달리거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친부모의 변덕에 부모의 품에 돌아가려던 유일한 꿈이 좌절되면 아이는 더 이상 마음 둘 데 없어 사회성을 잃어간다. ⠀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아동학대로부터 살아남아 성인이 된 사오리를 만난다. 어린 시절 버림받아 여러 학대를 당했던 사오리의 경험은 큰 딸을 향한 폭언과 폭력으로 표출이 되고 아이들은 긴급 보호 조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부모와는 다르게 학대의 연쇄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어서 슬픔과 동시에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위탁 부모 또한 성자가 아닌지라 때로는 화도 내고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한결같이 품을 내어주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났다. ⠀ 몇 년 전에 아동학대로 별이 된 아이들에 대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