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미궁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후 처음이니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나전미궁>이 출간되기전 의학에 관한 시리즈로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즈의 개선>이라는 책도 있었지만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 비해 못하다는 이야기만을 듣곤, 가이도 다케루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매번 서점에서 보면서도 외면을 했었다. 궁금하면서도 실망할까 그렇게 읽지 않기를 3년 남짓..  

예담출판사의 덕택으로 <나전미궁>을 받아보자마자 가이도 다케루의 신작은 어떤 사건을 다루는지가 궁금해 이제까지의 참음은 뒤로한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전에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은 터이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갑자기 늘어난 사망사고에 대해 조사를 하며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터라 <나전미궁>의 더딘 진행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키라는 사람의 의뢰와 친구 요코에게 들어온 정보에 의해 병원에 자원봉사를 가게되고, 그곳에서 허술해보이는 듯한 간호사에 의해 사고를 당해 골절상을 당하고, 타박상을 당하고, 화상을 입는 등 며칠사이에 수도 없이 사고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정작 가이도 다케루가 다루는 "의료사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덴고 다이치로를 간호하고, 그를 다치게 한 히메미야가 간호를 받은 뒤 여러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과 더불어 다이치로가 있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죽기도 했지만 원래 완치되는 병이 아닌, 대형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환자들의 죽음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의심스럽지 않았었다. 건강해보이던 할머니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방으로 가고, 그리고 나전으로 완전히 꾸며진 그 방에서 하루를 못넘기고 사망을 할 때에도 그저 마음의 끈을 놓쳤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예전에 우리 외할아버지가 불과 몇달전까지만해도 건강하셨던 분이 단순한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것처럼, 병원이란 살아있는 사람의 기도 빼앗아가는 곳이다 보니 사쿠라노미야병원에서 환자들을 그저 병이 있는 보통사람이라 취급하며 일을 시켜 사람들의 삶의 욕구를 자극했더라도 어느 순간 환자들이 끈을 놓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마취담당이 사고를 가장하여 사람들을 죽였던 것처럼, 덴고의 추리를 믿으며 나 역시 히메미야가 환자들에게 독약을 주입하거나 어떤 방법을 써서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점 밝혀지는 진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덴고 다이치로와 실종된 젠지의 관계는 물론이고, 허술해보이던 돌팔이 의사 시라토리와 미스 도미노이자 터미네이터인 히메미야의 정체와 사쿠라노미야병원에 숨겨진 비극 등등 책 중반이 넘어서도록 약간의 실마리만을 주었을 뿐, 대부분의 사실을 숨겨두었던 탓에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계속해서 어퍼컷을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사가 아니고서는 의료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병원"이라는 유리한 입장에서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사람들을 그러한 잘못된 길로 유도하는 의료기관이라니!!  

추리소설인만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대형병원이든 중소형병원이든 더이상은 못믿을 것 같았다.. 대형병원은 대형병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과실을 덮으며 홀로 생존하려 하고(<나전미궁>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내에 벌어진 사건이었고, 바티스타 수술팀의 사고가 일어났던 도죠대학병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형병원인 사쿠라노미야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그리고 있다..), 중소형병원은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길을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하기보단 원한을 앞세웠다는 사실에 도무지 병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말 이런 일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도 있는 것일까? 나의 도덕적 관념으론, 아니 평범한 사람의 도덕적 관념으론 이해할 수 없던 사건이었기에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책이었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 이어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매력을 발산한 <나전미궁>!! 아무래도 얼음공주 히메미야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 엉뚱한 의사 시라토리와 끝부분 얼핏 언급된 다구치의 활약을 만나기 위해 가이도 다케루의 또 다른 이야기들을 읽어봐야겠다..정말이지 이제껏 가이도 다케루의 책을 읽지 않은게 정말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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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2-06 14:19   좋아요 0 | URL
기다리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