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서본능>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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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요즘들어 "독서"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조선시대의 책쟁이, 한국의 책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책도 있었고,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처럼 한 개인의 독서에 관한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같은 경우에는 젊은 시절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책 14권에 대한 이야기라는데에 혹해 냉큼 읽었고, 후회없는 독서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의 독서기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파란여우님께서 책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은 작가밖에 없다고 하셨듯, 책이란 읽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의해 쉽게 흔들려 변질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유난히도 그러한 경향이 심하다. 난 표지와 제목, 그리고 작가와 베스트셀러 유무 등 한마디로 내 눈에 띄는 책을 그냥 사는 편이다. 줄거리도 모르고, 어떤 느낌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뿌듯함..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서점에 갔을 때에는 무작정 표지들만 둘러보고 다닌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살때에는 그런 방식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는다. 아니 리뷰자체를 읽기보단 평이 좋은지 나쁜지 별점만 본다.. 평균점수와 더불어 각각의 리뷰어들이 몇점을 주었는지를 본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은 책"을 읽었을 때가 문제다. 나는 그저 그랬는데.. 남들의 좋은 점수를 보며 나만 이상한가를 느끼고, 결국 다른 분의 리뷰를 읽으며 책에 대해 계속생각하다보면 그냥 좋았었다로 금세 느낌이 바뀌어버려 책을 읽은 느낌이 나의 것인지 남의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그래서 그렇게 읽은 책들은 솔직히 쉽게 잊혀버렸다.
그래서 이런 독서기책은 반갑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부러운 점도 있다. 유명 소설이나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 위주로 읽다보니 내가 읽는 책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독서기를 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방대한 분야의 책을 너무나도 꼼꼼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이 책만해도 서문을 읽어보니 총 8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단 9권,,9개의 분야 중에 4개의 분야에선 단 한권도 읽지 않은 처참한 독서였다. 나름 올 1년동안 약 100여권의 책은 훌쩍 넘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5년간 1000여권을 읽은 파란 여우님의 독서기와 비교해보니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파란 여우님의 서평을 보며, 그저 끄적거리는 낙서수준에 불과한 나의 서평, 아니 "리뷰"들이 조금 부끄러웠다(어쩐지 "서평"이라는 말은 평론가가 하는 조금은 질 좋은 평같고, 똑같은 평론이라는 뜻을 가졌음에도 "리뷰"라는 말은 "회상"하는 정도의 글, 그래서 이 생각 저생각 끄적거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파란 여우님께선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을 때 옆에 서평공책을 놓아두고, 좋은 글귀에 밑줄도 긋고, 앞에 나온 이야기와 부연 설명같은 것을 연결시키고, 출판사와 저자분의 인터뷰 등을 살펴 서평을 쓸 때 참고하신다고 했다. 반면 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들보단 조금 빠른 속도로, 세부적인 내용을 보기 보단 전체적인 책 느낌을 만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배울게 많았던 경우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평 역시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은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헷갈리는 책들도 있고,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어 책을 읽은 직후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며, 책도 뒤적여보며, 느낀 점을 쓰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찾아낸 끄적거려 놓은 기억의 보조수단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파란 여우님의 서평은 책제목 그대로 "깐깐"했고, 내가 보지 못한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기에 "내가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는 너무나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유쾌한 소설로만 읽었고, 괴짜 아버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던 <남쪽으로 튀어라>에 "국가와 개인"이라는 개념과 조지오웰의 <1984>를 덧붙이는 모습에 "그렇구나"라며 고개도 끄덕이게 되고, 병자호란의 모습을 그린 <남한산성>에서도 별재미를 못느꼈고, 요즘 <공무도하>를 중간쯤 읽다 포기해서인지 나하곤 김훈작가님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만할 때에 김훈작가님의 칼이라는 연필과 "낱말을 세워벼리는 문장"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미처 내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다시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에 대한 서평을 보며 다시금 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이래저래 다른 관점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책을 읽었던 기억도 나게한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수많은 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 치고는 너무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어 관심이 흐트러져버리고, 하나의 책에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글치고는 너무 짧아 미처 책의 매력에 빠지기전에 서평이 끝나버리니 말이다. 얼마전에 읽은 유시민님의 책처럼 "청춘에 있어 나침반이 되어준 책"이라는 큰 주제에 14~15권의 책만 소개해주었더라면 한 권 한 권의 책에 관심이 갔을텐데..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건 수많은 책이 아니라, 이제껏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달려라 아비>와 이름은 들어본 듯 하지만 별 관심은 없던 성석제작가님의 <참말로 좋은 날>, 그리고 이름은 들어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책 표지에 반했었던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동물농장>과 <1984>의 조지 오웰의 작품들,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에 관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래도 86권의 책 중 읽은 9권의 책에 또 다른 재미를 주었고, 5권의 책에 관심이 생겼으며 추가적으로 한 명의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정도면 이 책도 책을 소개한 본연의 임무는 다 마친 것이 아닐까싶다..
덧) 원래 리뷰를 쓸때마다 너무나도 잘 쓴 다른 리뷰를 보며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처럼 부끄럽고, 쓰기가 민망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서평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음에도 여전히 내 마음대로 리뷰를 쓰니, 파란 여우님의 "깐깐"한 서평에 그저 읽은 느낌만 주절주절대는 "어설픈" 나의 리뷰가 되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