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북촌하면 2003년 봄, 건축수업과제로 북촌 한옥마을에 갔던 것이 기억난다. 서울에 올라온지 1년, 멋모르고 학교를 다닌지 벌써 1년.. 1학년때에는 제대로 서울구경 한적 없었는데 전통건축물에 대해 사진을 찍어오라는 과제덕택에 처음으로 서울 속에 남겨진 한옥마을과 조선의 궁궐 경복궁에 가게 되었다. 하얀 벽에 까만 기와로 이루어진 한옥들이 가득 있는 한옥마을과 경복궁을 8~9시간 돌아다닌 탓에 힘들었다는 기억외엔 별달리 남아있는 것이 없는 북촌이다. 단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이라면 한옥의 창호문을 여름엔 천장에 매달아 놓아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다른 냉방기구가 없이도 시원하게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뿐이었다. 

"북촌"이라는 제목을 달고있는 만큼, 내가 아는 일부분의 북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 미쳐 가보지 못한 곳들까지 그곳의 매력을 한껏 품은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기대만큼 너무나도 훌륭한 책이었다.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너무 좁은 골목길이라는 이유로 보존해야 할 한옥을 없애고 길을 넓혀 옛 정취가 많이 사라진 북촌의 모습과 여전히 인정이 넘치는 듯하면서 옛모습이 남아있는 북촌의 모습은 과제때문에 한번 갔던 북촌 한옥마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북촌의 너무나도 일부분일 뿐이었다.  

솔직히 한옥마을을 보며 옛 한옥이 그대로 남아있기보단 인위적인 복원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한옥의 고즈넉한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돌대신 보일러를 설치하면서도 윗목과 아랫목을 만들고, 마을의 좁은 공공공간에 피마자나무를 심어 낚시찌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는 변한 것 같으면서도 옛 모습을 지닌 북촌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인위적인 복원이 아닌, 북촌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나도 나이가 들어 한적한 곳, 북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보존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와 많이 시끄러워졌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서울의 그 어느 곳보다 따스한 느낌이 드는 북촌..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고, 서울이란 좁은 땅에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그 비싼 땅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고층건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북촌만큼은 더 이상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서울처럼 천편일률적인 고층 건물로만 이루어진 도시는 없다. 고층건물로 이루어진 비지니스구역도 있지만, 예전의 건축물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더 많다. 유명한 성당이 아니어도, 커다란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멋스러움이 남아있는 유럽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비어있는 곳엔 아파트를 짓고, 도심내엔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애를 쓰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한번쯤은 찾아오는 피맛골도 고층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한국이 멋이 담긴 세종문화회관도 건축주의 욕심에 의해 변하고, 옛 성곽을 따라 도는 성돌이를 할 때에도 개발에 의해 곳곳이 끊겨 흔적을 찾기 힘든 성곽에, 도로에 의해 몇미터나 뒤로 물러난 덕수궁과 이제서야 겨우 자기 자리를 찾는 광화문, 그리고 어떤 망나니같은 사람에 의해 소실되어 조금씩 복구되어가는 남대문..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고 문화이지만, 우리에 의해 사라지고 망가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그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너무 북촌이라는 곳에 대해, 아니 서울이라는 곳에 대해 몰랐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경복궁, 덕수궁과 같은 궁궐과 아름다운 골목길이 어우러진 서울..

동대문이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다고 주소를 바꿔야한다는 무의미한 싸움을 하기보단, 아름다운 서울이 천편일률적인 빌딩에 뒤덮이기전에 아름다운 우리의 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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