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듯, 그 무렵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은 수도 없이 죽었다. 수용소로 보내졌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혹은 너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버티는 사람들을 가스로 독살하고, 구덩이 곁에 세워둔 채 총살하고, 포로들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행했다.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잔혹한 일을 한 독일과 일본.. 그 두나라는 전쟁이란 이름하에, 하나의 집단이란 이름하에 너무나도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겼고,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 두나라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도 다르기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일이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그런 역사를 잊지않기 위해 수용소를 보존하는 독일과 다른 사람들보다 앞장서서 그런 끔찍한 일을 행했고, 전범재판소를 통해 처벌을 받은 그런 사람을 신사에 모셔놓고 숭배하는 일본.. 

우리나라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고,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더욱 나쁜 나라라고만 생각했다. 유대인의 학살은 히틀러와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것일뿐, 대다수의 독일인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남김없이 부서뜨렸다. 

이미 수십년을 그 나라에 정착해서 살았고, 유대인이기에 유대교를 믿기보단 가톨릭교로 개종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혼혈이었던 유대인들은 그저 유대인이기에 잡혀왔다. 그리고 문서로 남겨지진않았지만 철저히 죽임을 당했다. 전쟁에 지기 직전 히틀러는 그래도 유대인들이 많이 사라진 것에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순수혈통을 강조하고, 자신들만이 잘난 줄 아는 나치들에 의해서만 그런 일이 자행되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살던 독일인도, 폴란드인도 유대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진 않았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는지오히려 그들이 나치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더 반기기도 했댄데.. 그리고 전쟁에만 참여했을 뿐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던 독일군들 역시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수감되어있는 유대인들을 조롱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망명오는 유대인을 전부 수용할 마음도 없었고, 암암리에 나치들이 유대인에게 행하는 악행을 알면서도 전쟁에 이기기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채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던 수많은 나라들.. 책장으로 가리워진 다락방에서 다른 가족들과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살았던 안네도 수용소에서 자신의 아들만은 살리기 위해 그 곳에서의 삶마저 놀이처럼 만들었던 <인생의 아름다워>의 아버지도, 단지 나치에 의해서만 희생된 것이 아닌,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전 세계의 무관심하에서 죽어갔다.  

예전에 안네의 일기에서 그녀가 죽은 뒤 얼마지나지 않아 유엔군이 승리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빠른 죽음이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유엔군을 보면, 그들이 한없이 정의의 편만은 아니었다. 유대인들이 도로를 닦는 모습을 보며 웃는 군인하며, 무덤덤하게 유대인시체를 바라보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한시라도 빨리 구출하기보단 그저 바라만 보았던 방관자들.. 

나치의 독일인 학살은 나치 독일만의 잘못도 아니었고, 독일만이 반성하며 기억해야하는 역사가 아니다.. 그런 잔인한 학살을 보면서도 잠시 방관했던 수많은 나라들과 나치 독일의 학살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수많은 나라의 국민 모두 잊지 말아야하며, 항상 반성해야 하는 역사였다. 

그런데 엄마, 독일인들이 모두 죽이려고 달려들 만큼 유대인들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아무 짓도 안했단다. 어떤 사람이 희생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질문을 하곤 하지. 이로써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했음에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간주하는 거지. 그리고 희생자 자신이 아무런 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책임이 있는 양 느끼게 되는 묘한 경우도 종종 있단다. 성폭행의 희생자가 된 여성의 경우에 그런 경향이 곧잘 나타나지.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친 일에 대해서 그들 자신도 다소간 책임이 있다고 믿거든. 그러나 나치들은 실제로 유대인이 비난 받을 짓을 해서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저 유대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였어. – 107 ~108쪽

 그저 유대인이기때문에 죽음을 당해야 했던, 무덤조차 남기지 못했던 그들.. 표지 속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소년 소녀를 보면, 그런 역사에 더욱 가슴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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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01 22:43 
    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 지은이 아네트 비비오르카 상세보기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서명이 특정 상황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중에서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면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