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폴리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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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폴리스
아냐 울리니치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8월
평점 :
얼마전 읽은 <도둑들의 도시>에서 독일군이 900여일동안 레닌그라드를 봉쇄하고 있을 때, 먹을 것이 없어 책접착제를 긁어모아 사탕을 만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로 만든 파이와 주위의 시체를 보고도 무덤덤한 소년의 반응, 달걀 6개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했던 콜야와 레프의 이야기에 너무나도 잔인한 러시아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문화와 예술수업시간에 사진으로만 만나보았던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숨겨진 모습이었기에, 아름답기만 한 곳에 숨겨진 슬픈 과거에, 전쟁의 참혹함에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러시아의 한 마을 이름도 없는, 아니 숫자로 이름붙여진 아스베스토스2에서 하얀 피부, 금발머리의 하늘하늘해보이는 평범한 러시아인들과는 달리 까만피부에 곱슬거리는 머리를 지녀 눈의 요정을 하지못하던 사샤의 마을도 전쟁의 참혹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삭막하다..
벽돌수에 맞춰 씌여진 여러 단어중에 '식후에는'이라 씌여진 미술학원에 다니며, 예술적 재능이란 그저그런 편이지만 엄마의 교육열에 의해 모스크바에도 가게되고, 나름 인텔리한 대학생도 되는 사샤지만 사샤의 주변 환경은 삭막하였다.. 폐기물쓰레기장 옆에 위치한 통에 사는 친구와 15살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른 사람의 그림으로 대학에 들어갔으며, 우리나라의 시골노총각들이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것처럼 러시아로 신부를 찾는 미국인을 쫓아 미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벗어나 또 다시 유대인에 대해 집착하는 바퀴벌레 가족들과 지내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고, 청소를 통해 자립을 해가며 결국 자신이 낳았으나 자신의 엄마인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자란 나디아를 데리고 미국으로 오는 사샤의 이야기속에 묻어난 러시아의 모습과 사샤의 가족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평범하기보단,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인것같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그림인지도 확인도 하지않고 대학에 붙이는지, 어떻게 전기가 가끔 1~2시간만 들어올 뿐이고, 음식이란 구할 수 없는 곳이여서 아기가 어쩌다 고기를 먹으면 꼭 토를 하고, 물이 잘 나오질 않아 씻을수도 없으며, 어느새 한명한명 떠난 아스베스토스2... 오죽했으면 초청인에 의해 초청이 있어야만 비자가 발급되며, 그 비자를 갖고 미국에 정착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나싶었다..(하긴 이건 어느나라나 공통인것같다.. 우리나라도 5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사본을 제출하지않으면 미국비자를 받지못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직업도, 돈도 없으며, 결혼도 하지않은 사람의 경우 미국에 불법체류할까 비자받기 정말 어려우니...)
거기다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이길래 전기도 물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않으며, 아스베스토스2 도시전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불과 옆도시만 해도 음식과 전기, 모든 것이 공급되는데도 사샤의 고향은 점점 죽어갈 뿐이었다.. 사샤가 겪은 여러가지 사건과 더불어 조금씩 죽어가는 사샤의 고향의 모습은 러시아의 모습을 너무나도 암울하게만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 한권을 읽는데에만 사흘이 넘게 걸렸다.. 서서히 책을 읽는 양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겨우 450여페이지에 사흘이 넘게 걸린 건 조금 문제가 있지않나 싶다.. 조금은 흥미진진한, 그리고 조금은 경쾌한 느낌의 이야기였다면 괜찮았을텐데.. 책표지의 화사한 색깔만큼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어쩐지 도둑들의 도시에 이어 우중충한 러시아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러시아라는 나라의 모습이 우울하게만 기억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