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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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950년.. 우리가 남북한으로 한민족끼리 싸우고 있을 때 중국은 티베트를 점령해버렸다. 그리고 티베트만의 고유한 문화를 말살시키고 근대화시키려고만 하였다. 그런 티베트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리더스 웨이의 저자로, 한 사람의 이름으로만 알았던,,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의 교주를 의미하며 판첸라마와 더불어 교황처럼 1대의 달라이 라마가 죽으면 2대의 달라이 라마를 선출하는 것이라는 것도, 티베트만의 고유장례문화인 조장에 대해서도, 일처다부제를 유지하며 병원보단 무당을 신뢰하고, 식사로 먹는 보리쌀보다 티베트의 전통술인 창으로 마시는 보리쌀이 더 많으며, 아들 중의 한명은 승려를 시키려는 티베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할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티베트에서의 1년간의 체류이야기를 담은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는 티베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과거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는 일부다처제였다. 아니 처가 여러명이면 문제가 생긴다하여 일부다처제에 처첩제도를 혼합하여 한 남자가 여러명의 여성을 거느리고 살 수 있던 시대였다. 그리고 중동지역에 가면 여전히 일부다처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처다부제조차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있던 일부다처제를 생각하며 한 여자가 권력과 돈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애인을 삼는 것처럼 남편을 두는 일처다부제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일처다부제는 한 형제가 한 명의 아내를 공유하는 제도였다. 결혼 3일전까지 자신이 결혼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결혼당일까지 신랑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이니 신랑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리고 결혼 후엔 성년이 되는 신랑의 동생들과도 부부로 살아야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관념으로선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다. 처첩제도와 일처다부제를 지닌 조선에서도 과거 형이 죽은 뒤 형의 첩을, 아버지가 죽은 뒤 아버지의 첩을 취하는 것은 도리가 어긋난다며 처벌하는 것을 역사서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형의 아내를, 어떻게 남편의 동생과 부부로 살수있는 것인지.. 물론 문화상대주의라는 관점에서 어떤 문화가 옳고 그른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놀라운 제도였다. 하지만 티베트의 여성들은 그런 제도에 대해 불평이 없다. 단지 결혼하기 전에 펑펑울어대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관습이라고 하고, 고원지대에서 가난히 사는 티베트인들에게 일처다부제는 한 가족을 꾸려나가는 노동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며, 티베트에서 나와 중국본토에서 일을 하게되거나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사람들은 아내를 공유하지않은 채 자신만의 부인을 맞이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인 그저 하나의 관습일뿐이었다. 그 제도로 인해 여자가 너무 많은 고통을 지고사는 것도 아니니 뭔가 독특할 뿐이었다.
이런 관습에 이어 또 한가지 충격적인 풍습은 바로 조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태어나는 것과 더불어 죽음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예전엔 마을의 축제처럼 성대하게 장례를 치르고, 풍수지리에 따라 좋은 곳을 찾아 묘를 만들고, 1년에 한번씩 제사를 지내며, 추석과 설에도 차례를 통해 조상들을 모시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에선 육신을 잘라 독수리에게 보시하고, 인간이 환생을 할 수 있는 기간동안 모신 뒤 그 후엔 돌아가신 사람의 이름도 물건도 남겨두지않는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면에서 독수리에게 자신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 가족을 보시하는 것은 결국 인간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영혼이 떠난 육체를 남겨진 것이라 여기는 것 또한 이해를 한다면 할 수 있지만.. 내가 사랑하던 가족의 육신이 그렇게 다루어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영혼이 떠난 남겨진 것이라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니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엔 그저 커다란 독수리가 보시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실려있어 실제 조장의 모습에서 풍기는 장대함이나 위엄을 느끼진 못하겠다. 하지만 조장 역시 그들이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치르는 하나의 엄숙한 의식이니만큼 실제로 참여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참혹한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나름대로의 엄숙함과 존중이 가득 담긴 제도일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조장사를 천대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조장을 할 때엔 당연히 부르는 사람이지만 그 외엔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지도 않고, 그들이 먹은 음식은 먹지도 않겠다는 말을 하며, 티베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중국어를 쓰며 중국사상이 더욱 깃들여진 티베트인들까지도 조장사를 천대하는 모습은 다른 신분제도는 없지만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풍습은 남겨져있었다.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예의로 조장을 엄숙히 치르는 만큼 조장사도 그만큼 대우를 해주면, 아니 그저 같은 곳에서 축제를 즐기게만 해주어도 좋을텐데 말이다..
이 외에도 티베트는 중국내의 자치구이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의사보단 무당을 찾아가고 모든 병의 근원은 이전 생의 업에 의한 것으로 여기며, 의사도 정식의사가 아닌 2년간의 교육만을 받고 대부분의 병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이며, 우박을 막기위해 무당을 고용하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순례를 하며, 좋은 일을 떠벌리면 신의 미움을 받는다 생각해 대학에 붙어서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전에 일찍 마을을 떠나며, 임신을 해서도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이야기를 하지않으며 마굿간에서 몰래 아이를 낳는 그런 풍습을 지닌 사람들이었다..물론 그런 관습에 의해 위생상태가 좋지않은 곳에서 아이를 낳다가 산모와 아이의 목숨을 모두 잃을 때도, 늦게나마 낳은 아이가 사산되는 경우도,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한채 죽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 업으로 생각하며 그렇게 수긍하며 살 뿐이었다.
지금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일부일처제로 한아이만 낳고 살며, 자신의 재산도 갖을 수 있고, 미흡하긴 하지만 전문의사에 의해 치료받으며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은 낙후된 지역이 있긴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이기에 그런 중국의 모습을 생각하며 본 티베트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 아니 모습만이 아니라 원래 티베트는 중국과는 다른 나라이다. 말도 중국어가 아닌 티베트어를 사용하고, 민족도 다름에도 1950년 강압적으로 점령되어져버린 그런 곳!! 2008년 베이징올림픽당시 성화를 옮길 때에도 불거져 나오고, 올림픽 이전 티베트 유혈사태를 통해 간간히 소수인종의 독립운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티베트인과 중국인간의 골이 이렇게 깊다는 것은 몰랐다. 자신들을 몰아내려한다고 생각하는 티베트인들은 중국인들에게 노골적으로 악의를 드러내고, 중국인들은 티베트인들을 무시하고.. 그러다 시위가 일어나고 무력으로 진압하다 유혈사태가 일어날 뿐이다. 이러한 박해와 가난한 삶 속에서도 티베트인들은 모든 것을 업으로 생각하며 현재 생활에 수긍하며 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삶을 책과 더불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영상을 통해 전하지 못한 것을 전하려 책을 쓴 것처럼 책을 통해 만날 수 없던 실제 티베트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아예 중국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와 책을 하나로 엮어 출간을 했다면..정말 완벽한 책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