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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기담을 수집하는 에비스와 그의 조수 하지메..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며,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이자 황당한 이야기인 기담을 모으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하고,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담을 들으며 수집을 해야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독특한 수집가들이다..
일본의 상업의 신 에비스의 모습을 닮은 듯한 에비스와 여자라면 미인, 남자라면 미남처럼 보이는 성별불명의 하지메의 조합은 어쩐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속의 또 다른 커플 닥터 이라부와 마유미간호사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기담을 가진 사람이 에비스가 있는 스트로베리 힐즈를 찾아오듯, 아주 사소한 문제로 사회에 적응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닥터이라부를 찾아오고, 기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에비스를 찾아온 것처럼 닥터 이라부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자신의 증상을 숨기며, 누가 알까 비밀이 유지될만한 곳을 찾다 이라부를 찾아오는 점, 그리고 에비스와 하지메가 그들만의 결론을 내리듯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을 것 같던 것들이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이라부의 처방은 그 구조상 너무나도 흡사해보였다. 아무래도 일정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특성에 의해 비슷해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이야기간에 가장 큰 차이점은 마유미와 하지메의 역할이다. <공중그네>에서 마유미가 닥터 이라부를 보조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 같다면,. 하지메는 에비스를 보조하는 동시에 셜록홈즈와 같은 면모로 실제 기담여부를 판정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분위기상으로는 에비스가, 능력상으론 하지메가 돋보여 둘다 눈에 띄는 역할이라는 점이다.. 이런 유사점과 차이점을 느껴가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처럼 정말 황당한 듯한 기담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하지메에 의해 밝혀지는 기담의 진실은.. 기담이라기보단 도시괴담에 가까운 사실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그림자가 자기를 공격하고, 거울속의 여자가 환생해 자신과 결혼했으며, 마술사가 아닌 마법사 파트리스와의 기묘한 만남이야기, 아이들을 유괴하여 살해한 물빛 망토의 사나이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한겨울에 다른집과는 다르게 장미꽃이 만발한 집의 진실, 우연히 만난 금안은안의 소년과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를 읽으며 겪은 사람에겐 기담처럼 느껴진 기묘한 사건이었지만 하지메에 의해 추리된 진실은 추악하기 그지없는 현실이었기에 기담을 수집하지 못한 에비스와 하지메만큼 기담을 기대했던 나도 약간의 실망을 느껴버렸다. 그래도 기담을 털어놓으러 온 그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에 대해서 알게되었으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지않았을까? 아니, 혹시 자신이 모르던 진실에 의해서 더 고통스러우려나? 남들이 믿어주지않는 기담보다 남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진실이라니..
진실과 기담사이를 오가던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에서 진정한 기담으로 끝을 맺었다.. 솔직히 이전의 패턴과 똑같이 기담을 알고있는 사람이 에비스를 찾아오고, 에비스와 하지메에 의해 기담이 아니라고 판명되는 틀을 깨고 이제까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또 다른 기담을 만들고 있다니 정말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에비스와 하지메는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물음을 남긴채 끝나버리는 기담수집가.. 일본소설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시간가는지도 모른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