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를 리뷰해주세요
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콧이 우연한 계기로 도서관보조사서를 시작하고, 문헌정보대학원에 진학해 사서로 승진하며, 도서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사서, 그리고 도서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담긴 "쉿!조용히"의 도서관은 내가 가는 도서관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마포서강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서강동사무소건물 위 4,5층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이다. 하지만 작다곤 해도 컴퓨터실을 운영하고도 있고, 복사기계도 있고 매일매일 신간도서가 들어오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스콧이 일하는 도서관과는 달리 어린이열람실과 종합열람실이 분리되어있기에 내가 가는 공간에는 어린아이가 거의 없을 뿐더러 책을 읽어주는 사서선생님도 안계시고, 컴퓨터실이 있지만 그곳에서 성인물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어른 및 청소년도 없고, 토요일에 팝콘을 나눠주지도, 독서일지를 가져오면 햄버거쿠폰을 주지도 않고, 노숙자들이 들어와 쉬거나 자는 공간도 아니다.    

<우리동네 도서관 종합열람실> 

 원래 사람이 이렇게 없지는 않다.. 도서관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이어서인지 개관전에 찍은 듯한 모습인 것 같다.. 항상 가면 대부분의 테이블이 사람들로 가득하기에 벽쪽에 있는 작은 소파에서 책을 읽어야 된다^^

 

 

 

 

 

 

 

 

 <우리동네 도서관 컴퓨터실> 

아마도 통로쪽으로 컴퓨터화면이 향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모니터를 볼 수도 있기에 아마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포르노를 보는 사람이 없을지도.. 만약 구석진 자리의 화면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않는다면, 스콧이 일하는 도서관처럼 포르노를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한국과 미국이라는 공간의 차이때문에, 그리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차이때문에 생긴 것이겠지만 두 곳다 도서관이기에 차이보다는 더 많은 공통점이 존재할 뿐이었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수험서를 들고와 하루 종일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은퇴를 하셨을 나이로 보이는 노인분들이 신문열람대에서 신문을 보며 하루를 지내고, 책보단 컴퓨터실에 앉아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 정석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엘리베이터안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와 손잡은 엄마, 그리고 열람실내에선 통화가 금지되어있음에도 통화를 하는 일부 사람들..수많은 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엔 수많은 책과 더불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도서관은 서점과는 다른 느낌인 것 같다. 둘다 책으로 둘러쌓인 공간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있다는 점은 똑같지만, 서점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있거나 책을 고르고있다면 도서관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 빌리는 것 외에도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온 것처럼 정말 다양한 행동을 하기에, 스콧이 일하는 도서관이 확장공사를 하기위해 폐장을 할 때에 도서관에서 스콧이 느낀 텅빈 사무공간과도 같은 느낌처럼 도서관은 사람에 의해 살아숨쉬고 그 의미를 지니기에 서점과 도서관은 서로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뿐만이 아니라 책에서 풍기는 냄새조차도 다르다. 대부분의 책이 새 책이라는 점이 감안하면 서점에선 새책냄새가 풀풀나야하는데 서점에는 책 냄새는 그다지 많이 나지않는반면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본 책 특유의 냄새로 도서관입구에서부터 "여기에 책있어요~"라고 알리고 있고. 그래서인지 서점보다 도서관이 조금 더 어려운 공간이랄까? 서점의 수많은 책들은 읽지않는다고해도 부담이 없지만, 어쩐지 도서관의 책들은 한권한권 빠짐없이 읽어야될 것 같은 부담감이 들기도 하고 내 책이 아닌 도서관책이기에 더욱 아껴서 봐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2주라는 반납기간을 꼭 지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어쨋듯 서점에서 입힌 피해는 물질로 보상이 가능하지만.. 도서관에서 반납기일이나 소음으로 일으킨 피해는 보상이 불가능한 민폐이기에 더욱 행동을 조심해야하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곳이기에 도서관은 아늑하면서도 어려운 공간인 것 같다.  

나 역시 한 때 스콧처럼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저 단순히 책정리만 하며 수많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있었다. 하지만 스콧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건 그저 상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도서관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고, 쓸모없는 회의에 나가야 되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힘겨워하면서도 여전히 도서관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수많은 책을 대하고, 그런 만남을 통해 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더 많은 책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여전히 도서관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기에 가끔의 불친절함이나 무례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